사진작가 황헌만씨

'황룡산 자락 논 두덩 한 쪽에 민들레가 살고 있다. 더위에 지쳐 한동안 시들했었는데, 가을이 되자 노란 옷을 다시 차려입고 메뚜기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느라, 개미, 무당벌레, 꿀벌들을 초대하느라 무척 바쁘다. 그러다 가을이 깊어지자 씨앗들을 세상 곳곳으로 날려보내고는 서리를 맞고 백발의 노인처럼 시들해진다. 이듬해 어느 날, 민들레는 뿌리째 뽑힌 채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 얼마인가 흐르고 난 뒤 그 자리에 어린 민들레가 돋아나 살고 있다'

7월 12일까지 어울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기획전Ⅰ - 북한산은 고양 땅이다’에 사진을 출품하고 있는 사진작가 황헌만씨.
천육백만 화소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최근 작업중인 '민들레' 시리즈는 사진이 한 장 한 장 넘어 갈 때마다 감동으로 숨이 턱턱 막힌다.

들꽃과 곤충,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빛과 구도 속으로 잡아내 펼쳐놓은 판타지아. 우리의 삶 속으로 그들의 삶이, 그 의미와 모습들이 파도치며 전이되어 온다. 시와 소설로서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다.

황현만 씨는 틈만 나면 자신이 살고 있는 탄현마을 뒷동산 자락에 있는 민들레를 찾는다. 이때마다 민들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또한 많은 괴짜들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이곳 논에는 농약을 치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관심을 갖는 만큼 무언가 보인다"고 말한다.

황 작가의 민들레에 대한 감동은 섬진강의 풍경 속에 어우러져 있는 한 소년의 일상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제작한 <내 이름은 섬진강이야>로 이어져 아름다움의 절정을 체험하게 했다.

그의 관심은 더 나아가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서민들의 생활상과 민속문화, 문화유적, 자연경관 등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물로 그는 사진집 <장승>, <초가>, <조선땅 마을지킴이>, <도산서원>, <꿈꾸는 섬진강> 등을 펴내었다.

황 작가는 과거 어깨동무 등의 아동지와 중앙일보 등의 신문사 등지에서 사진기자로 활약했다. 2001년부터는 구기터널 근방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M2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얼마 전부터 강원희, 이상교, 이규희씨와 함께 ‘사진동화집 민들레시리즈’를 작업하느라  바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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