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첫 단합 ‘기대와 실망’

지난 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공동의 이름으로 정책포럼이 열렸다. ‘고양시 도시전략과 비전’이라는 제목의 포럼은 일단 주제가 마음에 들었다. 고양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가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명쾌한 주제였다.

게다가 중앙당에서 요직을 두루 맡고 있는 고양시 국회의원들 3명의 이름을 걸고 준비한 고양정책포럼이었으니 기대는 더 컸다. 스타급 국회의원들이 고양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댔구나하는 자긍심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토론회에 대한 부푼 기대는 토론회 초장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주제발제를 맡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소속의 한 연구원은 ‘고양시 도시전략과 비전’이라는 주제를 뛰어넘어 정부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제의 제목은 아예 ‘경기북서부 발전전략과 연구’로 바뀌어 있었고 ‘고양시를 중심으로’라는 부제가 걸쳐 있었다. 부제라도 충실했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부제는 ‘파주를 중심으로’ 라고 붙이는 것이 맞겠다싶을 정도로 파주 중심이었다.

정부의 경기서북부 발전전략의 핵심지역은 파주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 발제였다. 토론회가 끝난 후 한 국회의원은 수도권 발전전략이나 경기서북부 발전전략 등 보다 광역적인 의미에서 ‘고양시 전략과 비전’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보다 거시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도시비전을  그려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 토론회는 그런 명분으로도 포장할 수 없는, ‘준비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던 것 같다,

주제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자들의 발표 내용은 오히려 알찼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의 미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고 현실적이고 참신한 제안도 나왔다.

발제자와 토론자가 뒤바꿔졌다는 생각을 하며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지방분권의 의미까지 과장되게 확대해 보았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지방의원 공천제도 역시 주객이 바뀐 정책 아닌가. 지역에서 살며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관한한 국가발전위원회보다 훌륭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지방자치를 연구하며 실천하며 진정한 지방자치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은 지방자치에 대해서만큼은  국회의원들보다 훌륭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사례는 다르지만 둘의 공통점은 지역에 대해 형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방분권을 최대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분권의 방법과 절차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묻지도 않고 막간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의미를 가진 탓일까. 왠지 급하다. 급하다보니 막간다.

토론회가 끝난 후 국회의원 3명이 나란히 ‘주최자 인사말’을 건넸다. 오히려 듣기위해 포럼을 준비했다는 한명숙 의원, 다음엔 고양에 사는 평번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포럼을 열어보자는 유시민의원, 현실적으로 다가 올 통일시대를 주도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함을 강조한 최성의원. 한걸음 물러나보니 열린우리당의 간판 국회의원 3명이  ‘고양시 도시전략과 비전’을 화두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를 둘 수 있겠다싶다. 더욱이 앞으로 1년에 4회 정도 정기 포럼을 열겠단다. 시작은 미약해도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걸어본다,  

고양시 국회의원 4명 중 3명이 집권당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이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고양시 발전과도 직결된다. 지역을 선거 때문에 챙겨야 할 표밭으로 인식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국가의 전략과 비전을 세워가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지역은 여전히 그들에게 소중해야 한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를 택하는 그 순간부터 그들에게 지역은 부둥켜안고 가야 할 귀한 권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연관된 중요한 논의 혹은 정책을 다룰 때 가장 먼저 지역민의 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지역에 대한 이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당의 정치적 이익이 갈급하다면 다음엔 꼭 지역구를 박차고 나가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을 검토해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