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 출판인

“와 ~”
고양종합운동장에서 8?15 민족대축전 폐막식과 함께 열린 여자통일축구경기에서 북측이 전반전 몇 분 지나지 않아 골을 넣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북측 관중은 초청인사, 행사요원을 다해도 채 100명도 안될 터인데도 함성이 이처럼 우람한 것은 1만8천여명의 남측 관중들 입에서 일제히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 일사불란하게 참관하고 있는 대학생 단체관람객 1천여명을 빼고는 대부분 집에서 일하다가, 직장에서 일을 끝내고 한명 두명 모여든 관중들이지 않은가. 사전에 ‘북측을 응원하자’는 다짐을 한 적이 없었을 터인데도 1만8천여명의 마음이 하나같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북은 이미 남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듯이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안’인 것이 분명하였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에서 상대팀을 적으로 생각할지언정 북측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그 관중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또 헤아려 보면 그들의 간절함이 어디에 있고, 간절함이 무엇인지가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난다. 북측 선수가 골을 넣은 것처럼 그것은 분명한다.
북측 사람들도 우리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
‘통일은 됐어!’
사람들 가슴팍 마다, 고양종합운동장 상단에 거대하게 휘날리고 있는 이같은 플래카드가 이미 답을 내려놓고 있었다. 이 답은 유구하게 흘러온 우리 민족의 역사가 내린 것이므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이제 절차만 남아 있다.

폐막연설에서 김정호 북측 부위원장은 "외부의 어떤 간섭도 없이 온 겨레가 힘을 모아 대축전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것처럼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의 성공탑을 쌓아가자"고 부르짖었다. 냉철하고도 치밀하게 민족의 역사 앞에 자랑스럽게 통일위업을 달성해 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의 실천구호는 민족공조이며, 민족공조는 곧 평화이다. 민족을 황폐화하는 전쟁의 근원을 완전히 들어내고 나라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성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라고 이어진 말처럼 우리 스스로가 전쟁의 근원을 완전히 들어내면 그곳에 평화통일만 남게 될 것이다.

해외측 김수식 평통협(재일)회장도 "통일을 막연한 염원이나 앞날의 희망으로만이 아니라 현실로 내다보는 시대가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아 통일은 이제 역사적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법장 남측준비위 명예대표는 “분열과 대결의 시대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고 이 땅을 둘러싼 전쟁의 위협과 긴장을 모두 청산하는 것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목표이며 당위성”이라며 “그 동안 안팎의 도전을 물리치면서 민족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자주 평화 통일로 향하는 겨레의 행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자”고 역설했다.

폐막식 사전행사로 펼쳐진 가수 이선희의 노래와 난타 공연이, 전반전을 마치자 나와 부른 가수 안치환 노래가, 후반전이 끝난 후 고양종합운동장 상공으로 날아오른 평화의 비둘기 815마리가, 이어 가수 이안의 공연이, 700발의 폭죽이 ‘민족대축전’이 아니라 ‘통일대축전의 전야제’가 될 그날을, 민족분단의 시름을 아름다움의 극치로 자아내 세계의 하늘로 울러퍼지게 할 그날은 어디선가로부터 우리에게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아마 감쪽같이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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