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필요

지난 17일 수요일, 백석동사무소엔 아침부터 학생들로 난리가 났다.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60여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1층 민원실을 가득 메웠다. 급기야 민원실을 찾은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하자 2층 주민자치센터 강의실로 옮겨 학생들에게 쓰레기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고, 쓰레기를 모아오면 4시간 봉사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날 모은 쓰레기는 100봉지 (2톤 정도)이상 나왔다.

백석동 (동장 김임연)은 매월 셋째주 수요일을 ‘광고물 일제 정비의 날’로 정하여 두시간씩 동네를 돌며 청소를 하고 있는데 이날은 학생들을 모집 공고를 했더니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나간지 단 10분만에 남의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 봉투를 집어 온 학생도 있는가 하면 음료수병 같은 패트병을 분리수거를 해오지 않아 실제 청소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 학생도 많이 눈에 띄었다. 주로 이날 학생들은 7, 8블럭 단독주택지와 백송마을 쓰레기를 모아왔다.

그러나 이날 청소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봉사(?)로 학생들의 배움의 연장인 봉사활동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무더운 날씨에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 봉지, 담배꽁초 등을 주워 온 양효정씨(백석초 4학년 학부모)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지난해 초등학생이 혼자 쓰레기를 줍다가 크게 다쳤다는 소리에 불안해서 따라나왔다"며 "우리가 예전에 학교에서 애향단을 만들어 봉사를 했듯이 학교 내에서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학교에서 봉사의 의미를 일깨워주며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세자녀의 학부모인 임은숙씨 역시 "방학 중 과제로 봉사활동이 있어 장소를 찾느라 애먹었다"며 "도서관은 이미 중학생들로 꽉 차고, 아이들끼리 내보내면 위험해서 따라나왔다"고 한다. 임씨는 방학에 개인별 봉사 체험보다 학교에서 1주일 한번 정도 봉사 기회를 만들었으면 의미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봉사를 마치고 나오던 한 학생은 "봉사는 좋은 것인데 점수 때문에 하니까 싫다"며 개학을 앞두고 학원도 빠지고 왔는데 봉사내용이 늘 청소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고민정 학생(중산중 2)은 지난 학기 중에 학교에서 마련한 노인복지회관 봉사를 갔는데 프로그램이 좋고 알찼다며 "방학 중 봉사는 내신 성적에도 들어가는데 뭘할까 고민이 된다"고 솔직하게 어려움을 털어 놓기도 했다.

임지수 학생은 "RCY나 누리단, 아람단에 가입한 친구들은 봉사 점수를 따로 더 따지 않아도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소방서 우체국 도서관 복지관 동사무소에 가면 학생들도 넘쳐난다"며 봉사도 대충 서류 정리나 화장실 청소, 계단 청소 등 청소가 대부분이어서 다양한 봉사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우리 애도 봉사 점수를 따려고 광고물도 떼고 헌혈도 하고 했지만 오히려 학교에서 단체적으로 하니까 60점 봉사 점수 따는 게 가능하더라”며 꼭 점수를 위해 억지로 하는 것보다 봉사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기회 제공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봉사는 배움의 연장이며 봉사를 습관화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형식적이고 행사식의 봉사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왜곡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어 역효과가 크다. 방학 때의 학생 봉사에 대한 보다 세밀한 방안과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안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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