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

지난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며 치룬 8.15 민족통일축전은 남과 북이 좀 더 가까이 다가서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국립묘지를 참배한 것을 비롯해 대통령을 면담하고 최초로 화상을 통해 가족상봉이 이루어지는 등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갖지게 했던 행사였다. 이에 덧붙여 지방자치단체로는 고양시가 역사적인 행사의 주무대가 되었던 점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통일축전의 폐막축제와 남북여자축구가 벌어지고, 북측 참가자들이 행주산성을 방문하여 외세를 물리친 행주얼을 느끼고 돌아갔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광복 60주년에 우리 고양을 찾은 북측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재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 되었던 그날 그들의 표정과 입에서 전해진 통일의 기대감을 적어본다.

통일부로부터 북측 대표단에 대한 행주산성 안내요청을 공문으로 받는 순간 긴장했다. 고양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수십 번이 넘게 행주산성을 설명했왔지만 난생 처음 북측 고위인사와 그 일행들에게 고양시와 행주산성을 잘 설명한다는 일은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았다. 남과 북이 사용하는 용어와 피해야 할 말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더욱 부담이 크게 다가왔다. 

북측의 행주산성 첫번째 답사는 남북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최성익 부위원장 일행이었다. 대첩문에서 시작된 이날 답사는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는데 안내하는 동안 북측대표단의 표정은 시종 진지했다. 30도가 넘는 기온에도 정장차림의 대표단은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행주산성의 답사를 마쳤다. 그리고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는 순간 필자는 북측 대표단에게 ‘고양 어린이들을 데리고 북측의 개성 등 문화유산 답사’를 요청했고 그의 답변은 ‘곧 될 겁니다’였다. 

다음날에는 총 20여대의 버스에 북측 선수단 민간대표단 해외동포대표단 등 총 400여명이 행주산성을 방문했다. 그 많은 인원들이 전날과 같이 권율장군동상과 충장사의 영정 앞에서 배향하고 참례하는 순간 ‘아, 같은 민족 같은 동포구나’ 하는 생각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안내자 선생, 바쁜 일정에도 행주산성에 온 것은 북에서도 행주대첩을 자세히 배우기 때문이지요. 책으로만 보던 행주산성을 직접 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라며 북측 인사는 행주산성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답사가 마무리되고 헤어지면서 “선생 설명 잘 들었소. 특히 행주치마와 선생 아버지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하며 손을 잡고 흔들던 북한 시인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번 안내를 통해 문화유산과 역사가 통일조국으로 나아가는데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크게 느꼈다.

이번 8ㆍ15축전은 북측 사람들에게 우리 고양시를 널리 알리고 통일에 대한 갈증을 문화재를 통해 푸는 계기가 된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과 같이 날씨가 좋으면 고봉산과 행주산성에서도 보이는 개성을 비롯한 북한의 곳곳을 아이들과 함께 답사해 보고픈 생각이 간절히 든다. 일산과 백마역에서 경의선 열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북에 있는 문화를 가슴 깊이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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