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 시인, 고양시문인협회 회원

나는 결혼 후 서울의 여러곳을 옮겨 살다가 1992년에 고양에 와 지금까지 고양시민으로 살아왔다. 고양에서 낳은 둘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으니 14년을 살아온 이곳이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요, 아이들에게는 진짜 고향이다.

일산 신도시는 계획도시답게 생활하는 데 여러모로 편리하다. 아파트만 나서면 학교, 학원가, 병원, 은행, 동사무소, 스포츠센터가 있다. 특히 주부들에게는 일산신도시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한다. 오전에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고 모임은 먹자골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농촌의 풍경들과 시원한 자유로를 달릴 수 있고 게다가 취향에 맞는 분위기 있는 카페나 찻집들이 즐비하다. 저녁이면 호수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도 타고 정발산도 오른다.

그러나 난 이런 것보다 도서관이 많이 들어서면서 정말 고양에 사는 게 행복함을 느낀다. 내가 사는 동네 가까운 도서관을 늘 주말이면 찾는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시장이나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이들보다 더 반갑다. 도서관의 시설도 깨끗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시원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의 바다에 빠지면 계곡이나 바다가 부럽지 않다.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와서 책을 읽는 모습은 뿌듯한 광경이다.

어느 일요일 날, 2층에서 문학잡지를 보고 있는데 내 앞자리에 아빠와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아빠와 아이가 꼼짝도 않고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뒹굴던 아빠가 아닌 도서관에 딸과 나오는 아빠의 모습은 그 자체가 자녀교육이 될 것이다.

도서관은 책을 열람하는 사람들, 빌리는 사람들, 반납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이 매우 뒤진다거나 청소년들이 교과 공부에 치어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리지만 우리 고양에 적용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우리 고양에는 도서관 부족현상이 눈에 띈다. 길게 줄을 서서 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는 청소년들의 실망하는 모습도 보였다.

1994년 행신도서관이 개관하고 99년 마두도서관이 들어섰고, 이어 원당 화정 백석도서관이 개관했다. 앞으로 정발산관과 대화, 중산도서관이 개관하고 어린이 도서관이 주엽과 행신, 화정에 들어서는 2007년이 되면 11개의 도서관이 고양에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도서관들이 완공될 때까지는 휴일날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이 아직 적다.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 내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진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각 주민자치센터 내 도서관은 주말이면 이용할 수가 없다. 사실 평소보다 주말에 아빠도 엄마도 아이들도 시간이 더 난다.

아직 공공도서관이 없는 마을은 주민자치 센터 내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주말에 개방하는 방안을 찾아보자.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말에 주민자치센터가 문을 연다면 주민과 더욱 가까운 자치센터가 될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운용의 묘미를 살리는 제도가 아쉽다. 동네의 공공시설을 주민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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