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 8월 31일 고양시 금정굴 유족회 서병규 회장과 마임순 총무, 금정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 이춘열 위원장이 시장면담을 위해 오후 3시부터 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회장 일행은 3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6시가 넘어서야 황교선 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황시장은 서병규 회장만을 만나겠다고 하고 비서를 시켜 회의실 문을 잠그게 했다.
서회장은 그날 면담 목적이었던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금정굴 위령제 사업에 고양시가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간의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30여분 후 금정굴 사건의 충격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서회장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고 황시장은 잠시 나갔다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러나 황시장은 다시 시장실로 돌아오지 않았고 비서를 통해 “금정굴 공대위 측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 없다. 서회장은 친구로서 만난 것이다”라는 뜻을 전했다.

귀가 어두워 시장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서회장은 뒤늦게 황시장이 자리를 떠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시장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회장 일행은 그동안 지지부진해온 금정굴 진상규명과 위령사업에 고양시가 적극 나서거나 어렵다면 후원이라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 시장면담을 요청했던 것. 경기도가 고양시만 동의한다면 9월 위령제를 위해 예산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의회가 진상규명과 위령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고양시는 “양측이 모두 생존해있고 민감한 사안이라 기초단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공식적인 면담과 지원 모두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문병옥 의원은 “고양시만 나선다면 시책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경기도 예산지원도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시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지원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양시와 경기도의 예산지원이 없더라도 올해 금정굴 위령제는 유족들과 시민단체의 힘으로 진행이 될 것이다. 공대위 측도 시장면담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이미 위령제를 일주일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예산지원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시대의 아픔이지만 첨예하게 입장이 대립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 한편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고양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기초단체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진상규명이나 보상은 국회차원에서 관련법을 제정하도록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빛도 보지 못했던 넋들, 우리 동네 어르신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는 일조차 돌아보지 못하겠다는 것이 오히려 ‘형평을 잃은’행정이 아닐까. 고양시의 곤란한 입장을 고려해 경기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고 하는데 이제라도 고양시의‘현명한 배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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