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기획1>

위치 :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 은평구ㆍ종로구ㆍ성북구ㆍ강북구 일대
높이 : 836.5m(백운대)
면적 : 54.5㎢ (고양시 지역 : 14.93㎢)
지질 : 중생대 쥐라기 때 관통한 흑운모 알카리 화강암과 제4기 충적층
산봉 :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99.5m), 노적봉(716m), 영봉(604m), 비봉(560m), 문수봉(727m), 향로봉(535m), 원효봉(505), 의상봉(502), 보현봉(714m), 형제봉(467m), 나한봉, 증취봉, 용출봉 등
기암 : 거북바위, 사모바위,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용바위, 해골바위, 병풍바위, 쪽도리바위, 기도바위, 공기바위, 독바위, 소머리바위
계곡 : 우이계곡, 북한산성계곡, 효자리계곡, 진관사계곡, 구기계곡, 평창계곡, 정릉계곡, 삼천사계곡, 구천계곡
폭포 : 동령폭포, 구천폭포, 개연폭포


인류의 꽃을 터트릴 듯한 산봉우리들

반도체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이즈음의 우리나라 시대상은 어찌 보면 거석문화가 발달한 선사시대와 같은 정점(定點)에 이르러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에는 고인돌이 밀집되어 있다. 세계 유수의 고고학자들은 이와 같은 근거로 한반도가 세계 거석문화의 중심지라는 사실에 하나같이 동의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 ‘마법의 돌’로 일컬어지는 반도체에 대한 신화가 이곳, 한반도에서 거듭 탄생되고 있다. 고래로 불멸의 넋과 풍요로운 삶을 누구나 할 것 없이 추구해 왔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거석으로, 요즘 시대 사람들은 반도체로 그 꿈을 실현하고자 치열하게 추구해 온 숭고한 그 정신이 하나의 정점에서 서로 만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세계 속에서도 정신의 밀도가 가장 높은 그 중심에 거대하게 망울진 바위들이 꽃을 터트릴 듯이 솟아있다. 바로 북한산이다. 조선 시대에 오악(五嶽: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백두산, 북한산)으로 불리어지던 산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산이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서 생성된 정신의 중심을 잡아온 산이다. 위와 같은 사실로 비춰봐서는 세계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상으로 퍼져 있는 기운을 모아 땅 속에서 솟아오른 산

이수광(李?光: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산은 다 백두산에서 발원한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북한산은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한북정맥(漢北正脈)을 이루고 있는 산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 13정맥의 하나인 한북정맥은 평강군의 추가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북쪽으로 임진강, 남쪽으로 한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여암 신경준(申景濬:1712~81)이 지은 것으로 보이는 「산경표」에 의하면 백봉에서 시작하여 오신산, 불정산을 거쳐 내려오다가 도봉산을 일으키고 난 후, 우이령으로 이어져 고양시 북방과 서울시 동방에 이르러 솟구쳐 오른 산이 북한산이라 했다.

그런데 북한산을 13년 동안 1200여회나 오른 신용명이 쓴 ‘내 속에 산을 얻었으니’를 보면 ‘북한산은 독립된 산군이다.’라고 했다. 사방 백리 안에 북한산을 거슬릴만한 기운을 갖은 산이 없는데다가, 한북정맥이 양주 땅으로 들면서 기운이 살아오는 능선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산은 백운봉을 기점으로, 북으로 도봉산(739)을 솟구쳐서 사패산(562), 홍복산(347), 호명산(423), 불곡산(470)을 양주시 은현면의 도락산(440)까지 이르고, 남으로는 만경봉에서 문수봉, 형제봉, 북악산(342), 인왕산(338), 남산(262)에서 옥수동의 응봉(175)까지 이르러, 그 전체 길이가 약 47km에 달하는 독립 군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산의 화강암은 한북정맥과 나란히 이어지고 있는 화강암지대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그의 말이 큰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산경표」에서 이르는 대로 북한산은 기운이 약해진 한북정맥의 끝자락을 온 세상으로 퍼져 있는 기운을 모아 땅 속에서 용솟음치듯이 솟아오른 산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지형(경동지괴) 상으로 볼 때 완만해야할 산세가 백두대간에서 띠고 있는 산세로 보아 북한산은 예사로운 산이 아님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여기서 기운이 더없이 강해진 한북정맥은 나아가 개명산, 고봉산, 심학산을 거쳐 장명산으로 이어져 곡릉천과 한강의 합류 지점으로 잦아들고 있다.


북한산은 원래 ‘한강 북쪽의 한산(漢山) 지역’이란 뜻

북한산의 최초 명칭은 부아악(負兒岳)이다. 부아악이란 명칭은 암봉 뒤에 애를 업은 형상의 바위가 붙어있다 해서 불렀다는 설과 산봉이 뿔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불렀다(부아 →불→뿔)는 설이 있다. 삼국시대에 부아 또는 횡악(橫岳)으로 불렀던 북한산은 고려시대 성종(成宗) 이후부터 1900년대까지 약 1천년동안 주봉인 백운대를 중심으로 인수봉, 만경대의 3봉이 삼각형으로 놓여 있다고 해서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려졌다. 화산(華山), 화악(華嶽)이라 부르기도 했다.

북한산이란 명칭은 본래 산 이름이 아니라 ‘한강 북쪽의 한산(漢山) 지역’이란 뜻의 지역 이름이었다. ‘한산’이란 백제 초기에 한강 유역 일대를 일컫던 이름으로 백제 건국사화에 부아악의 소재지로 등장하는 지역 이름이다. ‘북한’은 오늘날에도 ‘북한동’이라 하여 북한산성의 내부중심지역을 일컫는 행정지명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북한산’이 산 이름으로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18세기 후반 이후로 보인다.

조선 후기의 시인 이서구(李書九:1754~1825)의 시제에 <유북한산중(遊北漢山中)>이란 것이 있고,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진흥이비고(眞興二碑攷)」에서 “진흥왕 순수비는 지금의 서울 북쪽 20리 되는 북한산 승가사 곁 비봉 위에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 일제시대 때 고적조사위원으로 있던 금서룡(今西龍)이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 유적 조사보고서>에서 “북한산은 경성의 북방에 솟아 있는 조선의 명산으로서 <중략> 고양군에 이속되었다.”라고 적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 ‘북한산’이 그 이름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도봉산을 포함한 이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산국립공원’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이다. 김윤우는 「북한산 역사지리」에서 “이 산의 본명을 ‘삼각산’이다.”라고 지칭하고 있다. 역사적인 의미로 보면 마땅하지만, 북한산의 광대한 의미를 세 봉우리만 연상되는 삼각산으로 다 담아낼 만큼 우리의 상상력은 풍부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속의 메카, 산악운동의 요람

북한산은 지금부터 1억6000만 년 전 지하에서 굳은 화강암 덩어리였으나, 오랜 세월 동안 지반의 상승과 침식작용이 되풀이 되면서 생긴 풍화작용으로 현재와 같이 산세가 험준한 암벽 봉우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고려와 조선조의 기록들을 보면 백운대와 노적봉, 만경대 등지에서 여러 번의 커다란 산사태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북한동 주민들 이야기로는 을축년대홍수 때 계곡으로 거대한 바위가 굴러 내려왔다고 한다. 지금의 계곡형태는 대부분 그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시련과 인고의 세월로 만들어진 북한산 봉우리들은 무학대사가 조선의 도읍지를 정할 때 올랐다하여 국망봉이라고도 하는 만경대를 비롯해, 진흥왕순수비가 세워져 있는 비봉, 암벽등반의 최적지인 인수봉 등 널리 알려진 봉우리만도 20여 개에 달한다. 그 봉우리 사이로 수십 개의 계곡이 형성되어 산과 물이 조화롭게 빚어내고 있다.

북한산은 용암이 지하에서 굳어짐으로 해서 절리와 단층이 발달하여 흙이 깨끗하고 물이 잘 스며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백운대와 보현봉을 잇는 고양시 쪽 화강암 계곡은 투수성이 특히 높아 수질이 뛰어나다. 북한산은 그 몸체를 이루고 있는 거석으로 인해 무속의 메카가 되고 있는가 하면, 산악운동의 요람이기도 하다.


한국 미기록종인 혹소바구미(신칭) 등이 발견

이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최근에 들어 한국 미기록종인 노랑띠의병벌레(신칭), 얼룩무늬긴썩덩벌레(신칭), 혹소바구미(신칭)와 같은 곤충류 3종이 발견 되는 등 1,3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어류는 도시의 밀집과 수계의 차단으로 2종만 서식하고, 조류는 어치, 붉은머리오목눈이, 오색딱다구리, 바위종다리 등 27종이,고슴도치, 오소리, 너구리, 다람쥐, 날다람쥐 등 포유류와 구렁이 등 파충류, 두꺼비, 개구리, 도롱룡 등 양서류, 나비, 딱정벌레 등 곤충류 등 다양한 동물군이 살고 있다. 환경부 보호야생동물인 말똥가리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류에서는 북한산에서 기록되지 않은 구와말, 큰가래 등 2종의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환경부 보호야생동식물인 고란초의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는 등 1백26종의 식물들이 계절 따라 산의 자태를 뽐내며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삼국시대 이래 과거 2,000년의 역사가 담겨진 북한산성(사적 162호)을 비롯해 북한산성금위영이건기비(시도유형문화재 87호)와 북한산성행궁지(시도기념물 160호) 등 수많은 역사, 문화유적과 100여 개의 사찰, 암자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암봉은 시를 낳고 계곡은 그림을 낳는다

북한산은 계절에 따라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동화 속이었다가, 무릉도원이었다가 정취에 빠져있는 시인이었다가 순결한 처녀가 된다.

북한산의 웅장한 암봉들이 남성미를 뽐내고 있다면, 그 사이로 내리 빚은 수많은 계곡들은 울창한 숲과 맑은 물, 우유빛 화강암, 굽이치는 물살 그리고 고색창연한 사찰이 어우러져 여성의 절색을 자랑하고 있다. 수많은 시인묵객들로 하여금 시를 낳게 하고, 그림을 낳게 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생태, 문화, 역사 학습장소를 제공하고 있어 주요 등산로들은 공휴일이면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백제의 시조인 비류와 온조로부터 시작해서 현재 연평균 500만 명이 찾아들고 있어,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천만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 어느 곳에서나 한 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가 하면, 화강암지역에 발달될 수 있는 모든 암석 미지형들이 동시에 분포되어 있는 세계적인 명산(名山)인데도 그 위대함과 희소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정상부의 거대한 세 봉우리가 남북으로 빚어 내린 비봉능선과 산성주능선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비바람에 의해 기기묘묘하게 형성된 크고 작은 암봉, 암벽, 암석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1백 가닥이 넘는 갈림길, 모두 북한산성으로 이어진다

북한산은 높고도 넓어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만도 26개소나 된다. 임시매표소 10개소까지 합하면 36개소라는 매표소를 가진 산이고 매표소를 지나 조금만 가면 또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을 오르면 또다시 갈림길의 연속, 1백 가닥이 넘는다. 이렇듯 북한산의 등산로는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나 어느 입구에서 오른다 해도 결국은 북한산의 등뼈를 구성하고 있는 주능선상인 북한산성으로 이어진다. 각 능선에서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장관은 물론 산 아래의 고양시와 서울시 지역을 널리 조망할 수 있으나 최근 대기 오염 및 황사현상 등이 심하여 맑게 갠 경관을 볼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고양시 쪽에서의 등산코스는 북한산의 대표적인 코스로 여느 명산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광이 뛰어난 북한산성 기점과 시작부터 좋은 숲길로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개의 폭포가 걸려있는 바위를 가로지르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밤골 기점,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로 그 끝자락에는 낮잠 한숨 즐기기 좋은 숲이 있는 사기막골 기점이 있다.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들은 대부분 고양시에 속해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흔히 유원지로 불렀을 만큼 계곡 도처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노랫소리가 진동하고, 상가시설이 즐비하여 계곡오염이 심각했다. 1983년 4월에 북한산과 도봉산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날로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도시지역에 대한 ‘녹색허파’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등산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93년 이후 시행하고 있는 취사야영금지조치와 상가시설의 정비, 매년 3월 1일부터 5월 31일과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산불 방지를 위하여 정해진 구간을 통제한다. 북한산의 생태와 역사, 문화현장을 찾아가는 자연해설프로그램과 북한산 자연휴식년제도 도입하여 관리하고 있다.

2008년 까지 공원 내 북한동 민가를 철거하기로 하는 등 이 같은 노력으로 이제는 가재와 버들치가 살아날 만큼 북한산은 차츰 회복되고 있다.

북한산은 백운대, 인수봉 등 주요 봉우리들의 90% 정도가 고양시에 속해 있고, 고양의 젖줄인 창릉천과 곡릉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이를 봐서도 북한산과 고양시의 관계는 하나의 의미체계 안에서 이해되어져야 한다. 그래서 북한산은 고양의 정신적 지주이다. 우리나라의 진산(鎭山)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주이다. 이천년 넘게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담고 있는 북한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치와 자격이 충분하다. /권혁상 sig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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