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선 ‘공간·사람 풍부한’ 교회가 나서

후곡마을에 사는 김희숙씨는 대학강사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하나있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다. 강의를 하면서도 집에 혼자 있을 아이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잠시의 틈도 없이 학원을 연달아 끊어 아이를 혹사시킬 마음도 없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 혼자 있기는 어린 초등학생들을 돌볼만한 공간은 거의 없다. 혼자 놀거나, 학원을 전전해야 한다. 신도시임을 자랑하는 일산에도 YMCA와 YMCA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교실 두 곳이 전부다. 아파트 놀이방에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곳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시설에서는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같이 생활, 그저 집 대신 머무른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선 예도 있다. 고양시에서 공동육아를 같이 했던 부모와 방과후교실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모여 조합형 방과후교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기존 교육 프로그램과는 다른 교육을 원하는 경우로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의지가 반영된 예다.

강남 논현동의 강남중앙침례교회는 유치원 교육의 연장으로 방과후 교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30명의 아이들을 두 사람의 교사가 맡는다. 영어, 컴퓨터, 체육은 따로 강사를 불러 교육한 고 담임들은 주로 숙제 위주로 지도하고 예습, 복습도 도와준다. 방학기간에는 웅변, 미술 같은 특강도 마련한다. 다양한 교육을 위해 고구마 캐기, 갯벌 탐험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피아노 교육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회 공간의 피아노를 이용, 강사를 불러 피아노 교육도 한다. 이럴 경우 교육비 5만원은 따로 낸다. 강남중앙침례교회의 월회비는 14만원.

이곳 관리를 맡고 있는 신승자 원장은 “교회는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인적 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방과후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면서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에서 교회에서 이 일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