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서 복원 추진

峰影隨橫側(봉영수횡측)
在樓仍滿樓(재루잉만루)
支空團一氣(지공단일기)
積健束高秋(적건속고추)

추사 김정희가 쓴 한시 ‘산영루(山映樓)’ 일부이다. 한글로 옮기면 ‘봉우리 그림자들 멋대로 옆으로 기울고/누각을 비추니 누각 안이 또한 가득하네/허공을 버티고 있는 붉은 한 기운/힘을 모아 한 가을 붙잡고 있네’라는 뜻이다(민경길 번역).

추사뿐만 아니라 다산 정약용, 월곡 오원, 손재 조재호, 아정 이덕무 등도 산영루를 두고 노래한 시들이 전해져오고 있다.

산영루는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의 1번지 중흥사 밑 비석거리 앞 절벽 위에 세워진 누각으로 1755년 발간된 ‘고양군지’ 등을 통해 알려져 왔으나 그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화가 홍성호씨가 소장하고 있던 노적봉을 배경으로 1920년대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영루 사진을 고양시에 제공해 줌으로서 그 실제 모습이 확인됐다. 경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에는 시회(詩會)가 자주 열린 것으로 알려진 이 누각은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주춧돌 13개만 남아 있다.

이처럼 옛 시인묵객들이 보고 가만있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정취, 게다가 우리 후손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추사나 다산 같은 분들을 가깝게 떠올리게 하는 정서까지 흠뻑 담긴 이 같은 산영루의 복원은 절실한 문제다. 다행히 올 7월 이곳을 방문한 강현석 고양시장은 “북한산의 중요한 문화재인 산영루를 복원하기 위해 시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산영루의 복원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복원이 완료되면 일반인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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