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기획3>시급한 문화재 복원

문화재청에 대한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의원(한나라당)은 “북한산성이  복원된지 10~15년에 불과한데도 성문의 훼손수준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성곽붕괴의 위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또   “관리주체인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수리업체를 선정하여  성벽의 모양 및 재질이 모두 제각각인 엉터리 복원이 이루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고양시는 현재 북한산성 전체 12.7km 구간 중 자연지대 4.3km를 제외하고 약 1/6정도 복원한 상태다. 1998년에 중성문 문루 복원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백운봉~위문~북문~서암문~원효봉 구간 314.6m에 걸쳐 여장을 포함한 성곽보수가 이뤄졌다. 이후로는 서울시 복원 구간과 형태가 다르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 사업이 중지된 상태다.

이와 관련하여 정동일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무너진 성곽이 등산객들의 발길에 짓밟혀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하고 고양시와 서울시 관계자들, 그리고 학계, 문화재청 관계자들로 구성된   ‘북한산성복원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하루 속히 복원사업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찰-암자 한때는 122개  

북한산에는 골골마다 절이 있다. 보살이 현신해서 왜구를 물리쳤다는 임진왜란 때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노적봉을 위시해 염초봉, 원효봉, 의상봉을 중심으로 현재 태고사, 상운사, 노적사, 덕암사, 부황사 등 총 122개의 사찰과 암자가 산중 곳곳에 창건 또는 중건되어 있었다.

‘한국 불교의 성지’라 일컬어질 만하다. 여기에 1904년에 화재로 소실된 북한치영의 본영이었던 중흥사지(현재 복원 중 중단상태)를 비롯해 나암사지, 보국사지, 서암사지 등 대형사찰이 복원되면 가히 ‘산중불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산성 안에 있는 폐사지 가운데 중흥사지만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을 뿐 나머지 폐사지들은 대부분 멸실 위기에 놓여있다.

북한산에 대한 기록을 소상하게 남겨 놓은 성능 스님의 ‘북한지’에 따르면 북한산성이 축조되면서 기존의 사찰에 더해 21개 사찰을 산성을 지킬 목적으로 중수, 건립됐다고 한다. 그런데 고의적인 방화와 같은 일제의 만행과 더불어 6·25와 경제개발기를 거치는 동안 피폐해진 정신만큼이나 불교유적들이 깊은 산 속에서 폐허로 변해 방치되고 있다.


성능스님 사적비 건립 해야

조계종불교문화재발굴조사단은 지난해 북한산 집중조사를 통해서 ‘발굴을 통한 정비가 급선무’라고 결론 내렸다. 만일 발굴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각 절터로 무분별하게 나있는 등산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사단에 의하면 국녕사지는 중창불사를 하면서 발굴을 하지 않아 유구가 거의 멸실되어 절 입구에서 ‘한월당탑(漢月堂塔)’과 백자편을 수습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상운사에서는 조선 초기 불교조각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라는 평을 받고 있는 석불좌상과 북한산성 축조시 조성된 아미타삼존불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봉성암과 용암사지 중간지점 계곡 능선에서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석기(긁개)를 수습했다.

이 조사단은 방치돼있던  북한산 일대의 불교유적들의 실체를 확인함으로써 역사적으로나 불교사적으로 북한산이 갖는 의미를 재조명할 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조사를 통해 “진국사 등 5개 사찰을 창건하고 북한산성의 축성과 수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북한지’의 저자 성능스님의 사적비를 스님이 주석했던 중흥사터에 건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고양시는 정통사찰 상운사, 태고사, 무량사, 노적사, 국령사, 덕암사 등에는 지원금을 책정해서 지원하고 있으나 폐사지들에 대한 복원문제에 대해서는 점차적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태고사원증국사탑비(보물 611호) 누각, 축대 보수비로 2억3천만 원을 책정해서 내년 5월 중에 수리하기로 했다고 윤일용씨(고양시 문화시설담당) 가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이 탑비의 주인인 태고보우원증국사의 탄신 제704회 기념 다례식이 태고사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되었다. 이날 참석한 갑생 스님(사단법인 대한불교문화연구원 이사장)은 “고양시에서 원증국사 탄신일을 기해 ‘북한산 축제’와 같은 행사를 연다면 우리 불교계에서 적극 지원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


이제는 군부대 옮겼으면
15대째 흥국사 앞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 살아온 양효석 고양시의원은 사기막골에 있는 군부대 내에도 팔각정 등 문화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북한산공원에서 주민들을 몰아 낼 생각을 하면서 남북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마당에 공원은 물론, 지역 주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군부대는 왜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전략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사격장, 유격장은 내보내 공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양의원은 덧붙였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김은성 간사는 “북한산 자체도 복원이 필요하다. 복원공사 과정에서 변화가 우려되는 것들 즉, 식생, 경관, 동식물, 수질 및 지표수량, 소음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궁지, 국가기념물 지정 추진

북한산 상원봉 아래 깊은 계곡에 터를 잡고 있는 북한산성행궁지는 전체 규모가 124칸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는 내전과 외전터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축대 일부, 좌우의 담장터 등이 남아 있고 건물터 곳곳에는 기와조각들이 널려 있다.

문헌에 따르면 ‘대서문 아래 계곡에는 폭 15.5m, 높이 5m 규모의 수문이 있었다. 오래 전에 소멸돼 고증이 어렵지만 폭으로 보면 간단한 구조의 평거식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하므로 홍예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일 홍예로는 공법상 어려우므로 2~3개의 연속 홍예를 갖춘 교량형식이 거론되고 있다.
수문 밑쪽에서 14대 째 살아온 김흥대(61세, 관광산장 대표) 씨는 “1915년 대홍수로 계곡이 커져서 예전 같이 복원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복원해도 또 큰 홍수가 나면 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문화재청 남효대 사무관(보정관리담당) 은 “현재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행궁지를 전반적인 조사를 통해 국가기념물로 변경하여 지정하고 내년부터 복원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중흥사, 비석거리, 산영루, 수문 등 그 중요성에 따라 연차적으로 복원해 나갈 것이지만, 연 1,000억 남짓한 예산으로 460개소 중에서 한 곳에 몰아서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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