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산성축성에서 유래

단기 4308년 상달 초하루가 되는 11월 2일에 ‘천하제일 북한산’ 깃대가 앞장서면서 ‘터벌림’이 진행됐다.
북한산 사계절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만 고양문화재단 총감독)는 “북한산은 큰 산, 늠름한 산,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산이다. 이제는 북한산의 정기를 다시 되살리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 그 위용을 드러내 보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켜갈 것을 다짐한다”라고 세상에 알렸다.

지게꾼들의 등에 정성껏 마련된 제물이 중성문 누각에 도착함과 동시에 무량사의 종소리가 다섯 번 울리면서 산신제가 시작되었다. 제관으로는 삼재(개 호랑이 말)에 들지 않고 초상이나 집안 애사가 없는 북한동 주민대표 3명을 태고사 청암스님(93세)이 뽑았다. 제물로는 상처가 없는 깨끗한 흰돼지를 통째로 사용하고 시루떡, 과일 등이 사용되는데 특이한 것은 순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산 호랑이가 돼지의 내장을 좋아하므로 내장으로 순대를 만들어 올린 것이다.

산신제는 북한산에 터를 잡은 주민들과 등반객의 안녕과 태평을 빌고 이곳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과 참가자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중성문 왼편에 있는 시구문은 이곳에서 죽은 이의 시신이 산성 밖으로 나가던 작은 문이다. 중성문에서 올려다 본 백운대는 그 웅장함이 오늘따라 더해 보이고 노적봉 단풍 또한 그 짙은 빛깔을 내놓고 있었다.

산신제 진행을 맡은 정동일 박사(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는 “북한산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문화재의 보고이다.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고 가다듬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대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북한산의 역사와 생명을 알려야 한다”고 의미를 붙였다.

참가자들의 소원이 담긴 소원줄을 앞세우고 북한동 마을의 수호신인 향나무(수령 350년)에서 산신목을 증인으로 앞으로 북한산을 어떻게 사랑하고 지켜 나갈 것인지 다짐을 하기도 하였다. 이춘열씨(삼송동)는 군대 간 아들, 외국 간 딸, 지금 경영하는 식당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소원줄에 꽂았다고 했다. 이어서 보리사 앞 마당에서 전통예술단 영산의 터벌림 춤과 전위예술가 무세중의 굿놀이 마당이 펼쳐졌다.

무세중씨는 정안수 위에 소원줄을 올려놓고 제문을 읽고서 제를 올린 후 다시 소지통으로 옮겼다. 소원줄이 활활 타오름과 동시에 태평소의 힘찬소리를 내세운 사물놀이 대동마당이 열렸다. 산신의 기를 받고서 즉석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는 무세중은 “허공에 떠도는 무수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남북 분단의 아픔을 치료하는 뜻으로 화해와 화합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15대 째부터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봉종옥 통장은 “고려시대 때 성을 쌓으면서 무사고를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낸 것에서 유래하여 지금까지 대대로 내려왔다”며 산신제 제관으로 선정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북한산은 고양의 가장 동쪽에 자리하여 남서쪽을 흐르는 한강을 굽어보며 고양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원한 창릉천과 곡릉천은 고양의 젖줄로서 농토를 적셔왔다. 앞으로 북한산에는 사계절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를 통해 북한산이 고양의 주산이며 시민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되기를 기원해 본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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