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이 곱게 물든 성라공원

 

어느새 가을이 끝자락에 걸려있다. 그리움을 부르는 늦가을 정취가 묻어나는 길을 나서보자.

<성라체육공원>

매끈하게 조성된 인공공원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싱거운 길이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와 야생초를 들여다보고 모처럼 흙길을 밟고 싶을 때 찾아가면 발길이 좀처럼 돌려지지 않는 푸근한 곳이다. 덕양구 신원당마을과 화정을 사이에 둔 성라체육공원은 일산의 호수공원과 맞먹는 덕양의 근린공원. 총 30만평의 규모로, 화정동 아파트 단지와 기존 능곡 배밭 단지를 육교로 연결한 산책로가 정겹다. 숲이 우거진 산세를 그대로 보존해 어릴적 뛰어놀던 가을산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특히 고양 문화의 메카인 덕양어울림누리가 산책로와 자연스레 연결돼 온가족이 문화예술 체험을 한 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서삼릉 일대>

고양시에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길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종마장 옆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자랑한다. 외지에 찾아오는 관람객들로 혼잡한 게 꺼려진다면 종마장길을 조금 벗어난 농협대 자연농원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듯. 서삼릉 일대 녹지대 한가운데 있는 농협대의 자연농원은 알게 모르게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이다. 오래된 연못엔 수종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자녀를 동반한 나들이라면 훌륭한 자연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호수공원의 자연학습원>

호수공원 자연학습원은 이맘때가 제맛이다. 늦가을 색을 닮은 갈대 때문이다. 호수공원은 인공호수지만 이곳 자연학습원은 시골 저수지 느낌이 나는 자연호수다. 자연생태계 재현을 위한 공간으로 수생식물, 습생식물, 수변식물들이 심어져 있고 자생약초와 자연석 갈대숲이 어우러져 한적한 시골 향기를 내뿜는다.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한 호수공원보다는 찾는 발길이 적어 여유로움이 있는 곳. 갈대숲 사이에 놓은 나무 다리는 저무는 가을의 호젓함과 단촐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평화누리공원>

시큰한 찬바람을 맞고 싶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가자.
지난 8월 '세계평화축전'의 열기와 관심이 빠져나간 자리, 하늘과 맞닿은 빛바랜 언덕과 쉴 새 없이 도는 바람개비가 늦가을 운치를 더한다. 총3만여평의 넓은 부지에 조성된 평화누리공원에 들어서면 국악 클래식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 '음악의 언덕'이 방문객을 맞는다.
음악을 뒤로 하고 여울못 위에 자리한 카페 '안녕'을 가로질러가면, '바람의 언덕'이 왜 바람의 언덕인지 증명이라도 하듯 바쁜 몸짓을 하는 바람개비 무리와 맞닥뜨린다. 바람개비를 만난 바람의 소리인지, 바람과 마주한 바람개비의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주변에 나무가 없어 휑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오롯이 하늘과 바람을 마주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수상카페 '안녕'이 현재 영업을 하지 않아 따끈한 차는 직접 준비해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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