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개

개와 고양이에 대한 옛 이야기가 있다. 심술할멈이 훔쳐간 파란구슬을 심성 고운 주인에게 되찾아 주는 대목에선 통쾌하기까지 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고양이는 쥐 왕을 윽박질러 장롱 속에 숨겨놓은 파란구슬을 가져오게 하는데, 그 위세와 위엄은 대단하다. 이 고양이를 등에 태워 물을 건너는 개 또한 얼마나 의롭고 용감하던가?

그러나 이런 개와 고양이만 있는 게 아니라서, 이제현(李齊賢)은 “귀가 있고 눈이 있고 발톱도 있고 어금니도 있건만, 쥐들이 구멍을 뚫고 난리를 쳐도 어찌하여 잠만 자고 움직일 줄 모르는고?(旣耳而目 亦爪而牙 穿 方肆 胡寐無)《猫箴》”하며 고양이의 나태함을 질책하기도 하고, “꼬리로는 아첨을 부리고 혀로는 핥아댄다. 싸우거나 장난치지 말라. 울타리가 훼손될라(而尾之媚 而舌之 毋鬪毋戱 惟藩之毁)《狗箴》”고 개의 아첨을 꼬집으며 걱정하기도 하였다.

요즘 법을 어긴 자들이 설쳐대도 잠만 자는 검찰과 보스를 위해 앞 뒤 안 가리고 그 검찰을 꾸짖는 정치꾼들을 보면, 나태하고 아첨만 일삼는 개와 고양이를 보는 것 같다.

제발 울타리나 무너뜨리지 말아야 할텐데…. 파란구슬을 찾아오는 동화 속의 개와 고양이가 그립다.

<김백호·회산서당 훈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