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동 밤나무농장 사람들 넘쳐난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은 밤에 관한 한 최고다. 2000년 전인 낙랑시대의 무덤에서는 밤알이 출토됐고 1700년전 진나라 때 편찬된 <삼국지>는 ‘마한에서 굵기가 배만한 밤이 난다’고 기록하고 있다. 뿐만인가?
현제 전세계 밤 생산량의 22%가 한국산이다. 그 뒤를 중국이 잇는다.
풍성한 가을이고 보니 이런 뿌듯한 마음을 안고 밤 따러 가서 마음껏 호기도 부려보자. 세계 최고라는데….

고양시는 밤가시마을이 있는 것처럼 밤나무가 많은 고장 중 하나다. 택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고봉산에도 밤나무 숲이 있고 풍동 숲에도 밤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 설문동 박애원 뒷산의 밤나무도 그 규모를 자랑하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무작정 인근 야산에 들어가 밤을 따다가는 경을 칠지도 모른다. 주인이 나타나 다 내려놓고 가라고 하면 도리 없다. 그럼 지천에 널린 것이 밤인데 모두 다람쥐에게 돌려주란 말인가? 아니다. 산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수고 정도는 해야 밤 딴 보람이 있다. 그도 어렵다면 고양시에 하나뿐인 유료 밤농장을 찾으면 된다.

고양동 고양시장에서 간선로를 따라 넘어가다 보면 밤나무농장(대표 김준수·963-2312)이 나온다. 4만여평의 부지에 밤나무 1천 500그루가 심겨져 있어 아직도 딸 밤은 많다. 입장료는 일요일만 1만원을 받고 평일에는 입장료 없이 kg당 4천원씩 받는다. 주은 만큼 가져가면 된다.

KMTV에서 촬영을 나올 정도로 알려져 있고 인천, 파주, 면목동 등에서 온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고양동 주민들에겐 온 가족의 저녁나들이 코스가 됐다. 지난 20일에도 고양동에 살고 있는 시어머니 며느리가 나란히 밤을 주으며 고부간의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어머니가 벌레 먹은 밤만 까서 먹자 보다못한 며느리가 “어머니 지천으로 널렸는데 성한 것 드세요”하며 칼을 챙겨들고 시어머니에게 실한 밤을 건네기도 했다.

백석동에서 왔다는 허영호 씨 가족은 버너와 솥단지를 챙겨와 맘껏 쪄먹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 농장의 특징 중 하나인데 현장에서 직접 쪄먹는 것은 돈을 받지 않는다. 허 씨는 “어린 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 4가족이 함께 나섰는데 오기를 잘했다”며 앞으로 자주 이용하겠다고 말하기도.

밤나무농장은 이번 추석연휴에도 문을 열어 놓는다고 한다. 귀성 행렬에 끼지 못한 이들이라면 농장으로 나들하는 것도 좋은 추석 보내기의 한방편이 될 듯. 밤을 따고 나오다 고양동 가는 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에 들러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것도 가족화합에 한 몫 할 것이다.

◆찾아가는 길 - 대중교통:33, 37, 85, 85-1, 158-1, 158-3번 타고 고양시장에 내린 다음 1007번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밤나무 농장 하차(고양시장에서 3분 소요)
자가용:덕양대로 의정부 방향→고양동길 진입→벽제관로 진입→간서로 진입→고개 넘기 전 좌측이 밤나무 농장

◆준비물 : 긴팔 옷, 모자, 운동화, 버너, 코펠(집계와 봉투는 농장에서 제공)


◆밤가시란 지명의 유래

밤가시는 일산9리의 자연촌락 지명으로 마을 주변의 산에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밤나무가 많아 가을에 밤이 잘 익어 떨어지면 밤가시가 주변 야산에 산재해 있다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한자표기로는 율동마을이며 1989년 당시 74가구 293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밤가시 전체에 밤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낮에도 무서워 산에 오르지 못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이 동네에 있던 집들은 거의 모두 주변 야산의 밤나무를 재목으로 사용하여 지어졌다.

밤나무를 집의 기둥이나 대들보로 사용하려면 족히 50년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이곳에 얼마나 많은 밤나무들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도 주변 나무의 대부분이 밤나무들이다.

중종 때 쓰여진 동국여지승락이나 영조 때 편찬된 고양군지에 밤가시 지역이 율악부곡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지금의 밤가시 지명은 조선 중기 이전부터 사용된 명칭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오미동으로도 불렸는데 주변의 정발산과 연계하여 지형을 살펴보면 산줄기와 모퉁이가 동물 5개 꼬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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