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산 골프장 안된다.

투기 자본은 집요하고 질기다.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그린벨트내 골프장 건설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걸림돌을 차근차근 제거하는 인내심까지 가지고 있다. 법이 가로막으면 바꾸고 또한 새로 만든다. 자치단체는 위에서 찍어누르면 된다. 심지어 여론을 조작하는 일조차 서슴치 않는다. 이미 통과의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지방의회는 결국 백기를 들게 마련이다.

수년전부터 안건 상정과 반대,계류를 반복하던 벽제동 개명산 골프장 건설 건이 다시 불거졌다. 급기야 도시건설위에서 상정된 '고양도시계획시설(운동장) 결정에 관한 의견 청취의 건'이 가결되는데까지 이르렀다. 다행이 본회의에서 논란끋에 계류되어 위기를 넘겼으나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도시위원회 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왜 고양시가 자금을 들여가며 팔을 걷어 부치는지 그 밀착을 의심스럽게 하고, 일사부재의의 원칙도 있건만 한번 부결된 사안이 어떻게 다시 바로 다음 회기에 올릴 수 있는 지 검토해야 할 사안을 남겼다.

우리는 고양시에서는 한 뼘의 땅도 골프장으로 내줄 여유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더구나 개명산은 계곡 물이 흐르고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생태계의 보고다. 이 곳에 8만명 규모로 나무를 자르고 산을 깎아 골프장을 짖는 다는 것은 소중히 간직하여 물려준 선조와 앞으로 이 땅을 딛고 살아가야 할 후손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짖는 것이다.

잔디이외에는 아무도 살 수 없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골프장을 친환경적 개발이라고 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다. 평지 지형인 목초지역에서 탄생한 골프는 우리나라 지형과 기후에는 맞지 않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필연이며 산림 훼손과 이에 따른 자연 재해, 농약 남용, 수질 오염, 물 부족 현상 등 그 폐해를 지적하자면 한이 없다.

박세리 열풍에 대통령까지 골프대중화 발언이 있은 후 골프 인구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골프는 대다수 시민에게는 그림속의 떡일 뿐이며 일부 가진자의 전유물이다. 일본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에도 골프장이 더 있어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이 개수에서는 더 많다하지만 국토 대비 전체 면적비율에서는 일본이 0.04%인 반면 우리는 0.2%로 우리가 훨씬 높다고 한다. 이미 경기도의 1%의 면적을 골프장으로 내준 것도 모자라 고양시민 전체의 허파구실을 하며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는 공공의 자산인 개명산을 일부 특권층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하겠는가. 골프장는 대중시설이 아니며 '토지 소모적 사치 오락'를 즐기는 시설일 뿐이다.

자본의 힘이 거대하다고 앉아서 당할 수 없다. 이젠 시민이 막아야 한다. 95년 당시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이 주도한 한양골프장을 증설을 막아낸 전통이 있다. 전직 군수를 내세워 시의회의 동의까지 얻어낸 계획을 환경운동단체가 중심이 되어 시민의 힘으로 저지한 성공사례가 있다. '땅한평 사기 운동'으로 대표되는 '내셔날 트러스트'같은 운동을 펼쳐 개명산에서 영원히 골프장이 추진되는 일이 없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명색이 녹지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난지도 쓰레기장 골프장 건설도 서울 시민은 반발하고 있는데, 하물며 도룡뇽, 가재, 반딧불이가 살고있는 생태계의 보고 개명산을 깎아 내려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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