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반디교실(능곡에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무료공부방)의 막내 혜지(가명)가 많이 아팠습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반디교실에 오자마자 아프다고 아랫목에 누워있었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습니다. 머리를 만져보니 열이 펄펄 나 병원에 가자고 일으키니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아빠와도 통화를 했지만 여전히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은 억지로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거의 반 강제적으로 끌고 나왔습니다. “선생님, 다리 아파서 못 걷겠어요”라고 혜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럼, 선생님이 업어줄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아이를 업고 근처 병원엘 갔더니 열이 39.5도나 되고 중이염까지 있다고 합니다. 귀 찜질을 하고 목 치료도 하고 나서 반디교실로 왔습니다. 아이를 업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혜지가 왜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에게 업어달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구나.  어린 나이에 엄마 등에 업혀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을 텐데…

종례를 하고 나서 우리 아이 둘과 혜지와 오빠를 데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혜지 남매의 집은 오래된 빌라 3층에 있습니다. 혜지를 업고 3층까지 올라와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각합니다. 온 방안에 낡은 이불과 요가 깔려 있고, 설거지통에는 빈 그릇들이 가득하고 상에는 먹다 남은 음식과 그릇들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혜지네는 엄마가 없습니다. 아빠 혼자 공장에 다니며 살림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매일 밤늦게나 돼야 집에 돌아오시고 피곤에 절어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니 집안은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1학년, 4학년인 어린 녀석들은 이런 생활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작은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잡니다. 밤이 되어 집에 돌아와도 반겨줄 엄마도 없이 저희들끼리 웅크리고 잠이 들 혜지 남매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고 미어집니다.

누군가 나서서 일주일에 한번씩 집안 청소나 빨래도 해 주고 놀아주면서 엄마를 대신해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혜지가 밝은 얼굴로 반디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뜻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이은영
반디교실(☏818-1236)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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