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복싱 교본과 스포츠의 역사

스포츠에는 땀과 눈물과 열정과 환희와 감동이 있다.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속고 있다고. 당신이 믿는 그런 순수함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돈에 오염된 그래서 탐욕과 속임수와 비열함마저도 용인되는 것이 오늘날의 스포츠라고. 게다가 스포츠가 우민화 정책의 대표적인 수단이란 건 당신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당신도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 질 것이다. 결승점에 거의 다 와서 쓰러진 마라톤 선수를 보면 안타까울 것이다. 물론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프로 선수가 되고 상업광고에 출연할 것이고 백만장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펀치 한 방에 몇 만 달러를 벌었네, 혹은 움직이는 주식회사니 하는 말을 들으며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할 것이다.

1977년 파나마. WBA 주니어 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 제2라운드. 홍수환 선수는 네 번이나 다운을 당했다. 그는 오뚝이였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그리고 그 바로 다음 라운드에 그는 '지옥에서 온 악마'에게 3라운드 시작 48초만에 역전 KO 승을 거두었다. 득의만만하게 밀고 들어오는 상대의 빈 옆구리에 날카로운 양훅을 날렸고, 갑작스런 일격에 로프에 기대어 휘청거리던 상대의 왼쪽 관자놀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연이어 들어갔다.
카라스키야는 비틀거리며 넘어지고 있었고, 홍수환 선수는 마지막으로 턱에 회심의 레프트훅을 날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복싱이라는 경기가 생긴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일이다. 4전5기의 신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었다. 그 날 TBC는 무려 스물일곱 번이나 재방송을 했다. 당시 중계를 담당했던 원종세 아나운서의 감격에 찬 목소리도 잊혀지지 않는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는 말이 단번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에는 주인공이 텅 빈 링에서 섀도우 복싱을 하는 울림이 큰 좀처럼 잊기 힘든 장면이 나온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호신용으로도 좋은 복싱을 배워 볼 생각이 있다면, 다음의 책을 참고할만 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복싱 체육관에 다닌 어느 선배에 따르면, 복싱을 제대로 배우면 최소한 "맞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전 복싱교본>(한국레저연구회 편, 예문당, 1997). 그리고 스포츠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다음을 읽을만 하다. <스포츠의 역사>(레이몽 토마,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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