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최근 고양을 비롯한 김포·파주·강화 등 4개 시·군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협의회’가 한강 하구와 강화 교동도의 철책선을 없애달라는 건의문을 국방부와 국회, 인천시, 경기도 등에 보냈다.

이들은 어민들의 피해를 사례로 들면서 고양시 관내의 행주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12㎞와 강화 교동도 해안가 등의 철책선 제거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지역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한 아무런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지금 결코 무모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환경부가 작년에 한강하구 유역을 습지보존지구으로 지정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평통이 주장하는 ‘어민의 생존권’ 명분은 철책선 제거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 어업이 문제가 아니라 개발업자들의 이권이 문제라고. 한강하구 지역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개펄과 모래사장으로 인해 이미 골재채취에 대한 많은 요청이 대두되어 왔다.

이 지역에 대한 개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참에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측 한강하구 지역인 예성강 등의 골재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금 거론되는 행주-일산 구간에 철책선을 걷고 소위 ‘생태공원’ 개발을 한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며, 그 이익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생태계 파괴의 피해는 바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 고양시민들이 짊어져야 한다.

생태공원은 개발은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원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훼손되지 않은 완전한 생태계를 가진 한강하구가 왜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져야 하는가.

사실 철책선 한강하구 생태계는 생명이 펄펄 살아있는 곳이다. 구름떼처럼 몰려다니는 각종 게들, 대낮에도 여기저기 고개를 불쑥 불쑥 내밀며 뛰어 다니는 고라니들, 한 폭의 상상화를 방불케 하는 갯벌과 버드나무 군락지, 그리고 강가를 가득 메운 각종 철새들과 천연기념물, 겨울이면 신비하게 떠다니는 하얀 부빙들…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고, 가장 높은 고라니 서식지가 바로 한강하구이다.

인간의 효용가치를 위해 철책선을 걷자는 것은 오히려 미래의 모든 효용가치와 생산성, 환경성 등을 모두 포기한 난개발의 한 유형일 뿐이다. 급성장하는 생태관광과 환경교육의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도 배치되는 행위이다.

고양시는 호수공원과 킨텍스, 그리고 추진 중인 한류우드 등 다른 지역에 자랑할만한 많은 사회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올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꽃박람회를 보기 위해 우리 시를 방문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산들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한강하구에 견줄 수는 없다. 한강하구 철책선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생명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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