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진밭두레보존회 총무


음력 15일은 보름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음력은 농사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시는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서 농사와 관련된 세시풍습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다행히 고봉산 자락의 자연부락인 성석동 진밭마을에서는 지난해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진밭두레보존회가 매년 정월대보름 행사를 주관하여 치루고 있는데 이는 사라져 가는 농촌의 세시풍습을 되살리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필자는 농촌인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대보름은 그 전날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전날에는 나무 아홉 짐을 해오고 오곡밥도 아홉 번을 먹으며 매도 아홉 번을 맞는다고 했다.

두레패가 풍물소리를 내며 지신밟기를 할 때는 졸졸 따라다니며 떡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으며, 보름날 새벽에는 귀가 밝아지라는 귀밝이술과 부스럼을 앓지 말라고 하여 ‘부럼’이라고 하는 호두, 땅콩, 밤, 잣 등의 견과류를 먹었고, 해뜨기 전에 동네 아이들을 불러내서 더위를 팔았다.

낮에는 액막이 한다며 연날리기를 하다가 연실을 끊어 연이 멀리 날아가게 했다. 그리고 달집을 만들고 볏집을 뭉쳐 나이 숫자만큼 묶은 달마중을 만들었다가 달이 뜨면 불을 붙여 달님에게 절을 하며 소박한 소원을 빌었다. 달마중이 끝나면 공기 구멍을 뚫은 깡통에 줄을 매달아 불덩어리를 넣고 빙글빙글 돌리다가 공중으로 던지면 어둠 속에서 그 불덩이가 쏟아지는 모습이 멋있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도회지에서 요즘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소리가 요란한 폭죽을 터뜨리며 노는데 여간 위험한 게 아니다. 그만큼 요즘 어린이에게는 놀 장소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진밭마을의 정월대보름 놀이는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며, 아이들에게는 잊혀져가는 세시풍습을 익히게 하고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통해 정서를 순화시키는 산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진밭두레보존회가 주관하는 정월대보름놀이는 동네 고사와 지신밟기를 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달집에 달마중을 하며 농악놀이와 지경다지기를 공연할 예정이다. 구경온 참가자들은 장작불놀이와 불깡통을 돌리며 추억의 불장난을 하게 할 것이다.

진밭두레의 정월 대보름놀이는 우리 고양시 지역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이러한 지역문화유산이 계승 발전되려면 범고양시민의 동참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고 그 뿌리를 간직해 줄 어린이의 참가가 더욱 절실하고 고양시의 재정지원도 필요하다.

정월대보름은 음력에 의해 날짜가 정해지므로 평일날에 행사가 치뤄질 때가 많은데 올해에는 다행히 일요일이어서 가족단위의 참여가 많으리라 여겨진다.나대지가 줄어들어 대보름놀이를 하는 장소를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낮에는 논에 얼음판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의 썰매경주를 벌이게 하고 연날리기와 윳놀이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온종일 행사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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