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입자들과 토지주들간의 불화로 진통을 겪고 있는 고양가구단지를 방문했다. 도시개발 사업으로 많은 집과 공장들이 철거의 손길을 피하지 못해 공단 곳곳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폐허로 변해 있어 적막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러한 폐허 위에 세입자들과 토지주들간의 뿌리깊은 오해와 미움으로 불신의 첨탑이 서로의 마음 속에 세워지고 있었다. 세입자들은 당장의 생계가 걸려있는 공장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주대책과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토지주들은 당초 계약내용을 어기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세입자들에게 공장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좁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의 의견 대립은 스스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결국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세입자들은 땅을 가진 자의 횡포로 당장 먹고 살 길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고, 토지주들은 믿고 땅을 빌려줬는데 배신을 당했다며 억울해하고 있었다.. 이에 토지주와 세입자 모두 고양시에 사태의 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양시 전역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묶여있는 상황이라며 공장 이전 토지를 마련할 수는 없고 양 측이 원만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사업을 승인해주고 세금까지 받아갔으면서 이제 와서 무허가 공단이라고 발뺌하는 시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고 토지주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세입자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시의 결정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보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입장이 있고 서로의 입장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누가 옳은 것이고 누가 잘못된 것인지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서로를 헐뜯고 의심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 주민들로부터 행정을 위임받은 시가 어떠한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면 식사동 가구공단 문제는 해결은 커녕 불신의 눈덩이만 더욱 커져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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