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오직 삼걸이 되기를 바래야 한다”
무애생(無涯生)은 말한다. 위대하구나 애국자여! 장하구나 애국자여! 애국자가 없는 나라는 지금은 비록 강하다고 해도 분명 약해질 것이며, 아무리 번성하고 있다 해도 반드시 쇠약해질 것이며, 흥하고 있다 해도 마침내 망할 것이고, 살아 있다 해도 필시 죽게 될 터이니, 애국자가 있는 나라는 지금은 비록 약하다 해도 분명 강해질 것이며, 쇠약하다 해도 번성할 것이며, 망했다 해도 반드시 흥할 것이며, 죽었더라도 마침내 살아날 것이니, 지극하구나 애국자여! 성스럽구나 애국자여!”

정말 박력있고 힘있는 문장이다. 청 나라의 량 차치오가 쓴 ‘이태리 건국 삼걸전’을 신채호 선생이 국한문혼용체로 옮긴 책의 서문 중 일부이다.
선생의 서문을 이렇게 끝냈다. “이 책의 인연과 이 책의 소개로 대한 중흥 삼걸절, 아니 삼십걸, 삼백걸전을 다시 쓰게 되는 것이 나 무애생의 피끓는 영원한 염원이로다. 이에 ‘이태리 건국 삼걸전’을 번역한다.”

평소 신채호 선생은 세수를 할 때도 허리와 고개를 굽히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온 나라에 침략자 일본인들이 가득 차 있는데, 어찌 고개를 숙일 수 있겠냐고 하시며… 조그맣게 소리내 본다. ‘애국자!’ 새삼스럽게 커다란 울림이 번져온다.

이 책은 원래 국한문혼용체로 옮겨진 책이다. 학교 다닐 때 ‘기미독립선언문’를 고생스럽게 배웠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21세기의 우리에게 국한문혼용체로 된 글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지식의 풍경이란 출판사에서 새로이 나온 이 책을 읽는데는 그런 수고가 동반되지 않는다. 고맙게도, 정말로 고맙게도 현대 국어로 유려하게 옮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태리의 마찌니, 가리발디, 카부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도 마치 무협지를 연상시킬만큼 재미있다.

“아아 그대 애국 동포여. 그대는 오직 삼걸이 되기를 바라야 한다. 아침에 삼걸이 되길 바라고 저녁에 삼걸이 되길 바라며, 오늘 삼걸이 되길 바라고 저녁에 삼걸이 되길 바라며, 오늘 삼걸이 되길 바라고 내일 삼걸이 되길 바란다면, 그대가 삼걸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그대의 후손 중에 반드시 삼걸이 나오게 될 것이다. … 나의 ‘이태리 삼걸전’을 읽는 이여, 화복을 근심하지 말고 영욕을 돌아보지 말고, 오직 진심어린 정성으로 하늘 아래 우뚝 서라, 그러면 그대로 말미암아 장래 이 나라를 구할 수 있게 되리니 이것이 독자에게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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