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의 가치를 ‘브랜드네이밍’으로 높이자

‘e편한 세상', '꿈에그린', '푸르지오’…
이런 유명 건설회사 CF를 보며 처음엔 ‘저게 뭔갗 싶었다. 그런데 이런 브랜드를 아파트 이름으로 개명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진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름’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브랜드 네이밍’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새로 배우게 된 셈이다.

일산신도시가 아닌 덕양 화정지구에 살면서 언제인가부터 "어디 사신다구요? 고양이요? 아, 일산이요"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처음엔 일산이 아니라 덕양구 화정에 산다고 재차 설명도 했지만 듣는 이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이제는 그저 편하게 ‘일산살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일산의 브랜드에 밀려 화정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실제 덕양구민들의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화정을 중심으로 덕양구를 한번 둘러보자. 어디에 내놓아도 번듯한 덕양어울림누리, 성라체육공원과 도서관, 종합병원, 구청, 경찰서, 쇼핑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가까이에 있다. 교통은 또 얼마나 편리한가. 통일로, 외곽순환도로, 자유로가 모두 연결되어 일산이나 파주와 비교해 서울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뿐인가. 아파트 단지 사이마다 넓게 자리한 공원들과 화정을 품은 국사봉과 배밭들은 화정신도시를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돋보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만 보더라도 화정과 일산의 격차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부녀회와 주민들이 나서서 ‘적정 가격이하로는 팔지 말자’고 담합을 하는 현실에 대해 어찌 그들만을 탓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에너지들을 모아 건강한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바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건설회사들이 브랜드 네이밍을 홍보하여 자사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면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롭게 도로를 놓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없는 인프라를 구축해달라는 요구도 아니다.

‘화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로서 화정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일에 고양시와 화정 주민들이 나서줄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화정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브랜드 네임을 만들고 이를 알리는 시민캠페인을 제안한다.

고속도로나 외곽순환도로, 국도를 통해 고양시로 들어오면서 일산만이 아닌 덕양구 화정의 정확한 지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로 이정표를 설치해달라는 부탁도 드리고 싶다.

'우리가 사는 동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화정에서 살거나 사업을 하는 70여명이 모여 '화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화사모www.whasamo.net)'을 만든 것이 2002년 1월이다. 그동안 화정역 지하횡단보도 청소, 화정사랑 콘서트, 장애우와 함께 하는 식사, 책자 발간 등 소소하고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나름대로 지역을 위한 활동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쪼개 활동을 해오면서 지역과 삶의 터전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한결같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다. 화정과 덕양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이를 통해 고양시가 더욱 살기좋은 도시로 자리매김되리라 기대해본다.

유능수/화사모(화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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