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의 책 ‘아트 북’

“책은 마치 건축공간과도 같다. … 각각의 페이지는 동시에 열리고 닫히는 벽… 그 표면과 재료는 책을 가두는데 비해 그 안에 그려진 그림은 책을 해방시킨다.”

1932년 화가 마티즈가 마라르메의 시를 그림으로 꾸며 출간한 시집에 대한 한 언론의 평이다.

아트 북이란 ‘미술가들의 책’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넓게는 책과 미술의 결합이며, 좁게는 책의 내용을 미술가들이 삽화나 그림으로 옮긴 것을 말한다.

북 아트의 시초는 중세의 성경 필사본에 삽입된 삽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서양의 관점에서다. 우리 나라의 화첩이나 병풍 등도 넓은 의미에서 아트북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 북아티스트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서양의 북아트는 판화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19세기 중반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 윌리엄 블레이크으 삽화가 그려진 시집이나 낭만주의 화가인 들라크루아가 1828년 괴테의 ‘파우스트’를 삽화로 그린 책이 그 예이다. 또한 모네는 에드가 앨런 포의 ‘갈가마귀’를, 비어즐리는 ‘살로메’를, 에드먼드 듈라크는 ‘아라비안나이트’를 그림으로 그렸다.

반면 서양보다 인쇄술이 발전했던 우리 나라는 목판인쇄본이나 금속활자본에 전각과 독특한 제본 방식으로 만든 책들이 서양의 아트 북에 뒤지지 않는다. 다섯 개의 구멍을 뚫어 책을 제본했던 우리 방식을 현재 서양의 북아티스트들이 많이 응용하고 있기도 하다.

북 아트의 형식은 글자 없이 형상만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 반대로 문자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일시적인 퍼포먼스나 설치술을 기록하는 기록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책의 목적이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면, 아트 북은 한정된 수량의 책을 예술가가 만들어 냄으로써 책 자체가 예술이 되는 것이다. 또한 북 아트는 책을 예술의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책과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이기도 하며, 예술가와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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