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보다 재미있는 '책만들기'

사색의 계절 가을. 낭만의 계절 가을. 곳곳에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며 우리에게 책읽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책을 읽은 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어떤 이는 수면제(?)라고 말하기도 하고, 글씨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는 이도 있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책표지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들어가 있다면 우리는 그 책을 몇 번이나 읽을까? 자신이 쓴 일기는 매번 들쳐보아도 지겹지 않듯이 그 책은 매일 읽어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열 두 권도 모자랄거야”란 노인들의 푸념처럼‘내가 필자인 책’을 갖는 일은 요원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만일 일기를 쓰고 있는 독자라면 당신은 세상에서 한 권밖에 없는 책을 소유한 사람이다. 혹은 연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묶어서 보내본 독자의 상대방도 세상에서 한 권밖에 없는 책을 소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면 필자도 되고, 디자이너도 되고, 삽화를 그리는 작가도 될 수 있다.

‘한 장의 종이로 만드는 팝업북 31가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메이킹북’은 책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접어서 만드는 ‘기본 책’을 비롯하여 부분 부분을 입체적으로 처리한 팝업상자북,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책, 솟아오르는 책, 지그재그책, 비밀의 문 책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가 느껴지는 책 만드는 방법이 연령별로 소개돼 있다.

책 만들기가 왜 좋은지, 책을 만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구들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일러주며, 부록으로 잘라서 그대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샘플이 몇 가지 들어 있다. 제시된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그림책의 예를 보여주는 사진이 실려 있고, 만드는 방법이 차례대로 자세하게 소개돼 있어 누구라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술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주며, 호기심을 자극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책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활용해 책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모임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동화읽는 어른모임과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9월 이 책의 매력에 흠뻑 취해 모임을 추진하고 있고, 마두동에 살고 있는 한혜원 씨는 아들과 함께 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책과 친숙해 졌거나 보다 전문적인 책 만들기를 해보고 싶다면 ‘북아트(Book Art)’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년 12월 영국에서 북페어가 열리고 있다. 이곳에 세계 곳곳에서 자신이 만든 책을 전시하기 위해 북아티스트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도 마두동 출신의 유림(분당 거주)씨와 차정인씨 등이 북아트로 유명해진 작가들이다.

이렇게 책을 만들다보면 우리 아이가 북아트로 명성을 얻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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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책
<사진 설명 : 마리아나(7세)는 각 면마다 모양을 달리해서 예쁘게 꾸몄다.>

회전목마 책에는 네 개의 면이 있는데 각각의 면에 어떤 주제를 담으면 좋을지 자유롭게 생각하게 한다. 예를 들어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아침·점심·저녁·밤의 시간변화, 서로 다른 물건을 파는 가게의 창문,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등등.
아이들이 책을 만들기 전에 우선 어떤 책을 만들 것인지 간단하게 설계 도안도 그려보고 짤막짤막하게 메모 형식으로 글도 써보게 하면 좋다. 그리고 나서 앞면과 뒷면에 예쁘게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덧붙여 완성하면 된다.

①A3(42×29.7cm) 크기의 용지를 가로로 2등분해서 오린다.
②종이의 A부분을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펼친다. 그런 다음 중앙선에 맞춰 접은 후, 다시 한 번 중앙선에 맞춰 양끝을 접는다.
③종이 전체를 펼친 다음 아코디언 모양으로 한면씩 차례대로 접어나간다.
④이번엔 종의 B부분을 4등분한 후 4분의 1에 해당하는 종이를 가위로 잘라낸다. (4등분하는 것보다 6등분해서 6분의 1에 해당하는 종이를 잘라내는 것이 훨씬 보기 좋다.)


이 내용은 ‘메이킹 북(폴 존슨 지음)’에서 발췌했습니다. 도와주신 출판사‘아이북’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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