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기사들 태업으로 주민들 ‘발동동’

지난 7년 동안 고양시 외곽지역 주민들의 ‘발’ 노릇을 해 오던 시영버스가 지난 9일 운행을 마지막으로 고양시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양시는 적자운영 등을 이유로 시영버스를 폐지, 고양시의 명성운수와 마을버스 업체에 대체노선을 배정하고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영버스가 마지막으로 운행했던 9일,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은 ‘오지 않는’ 시영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서 발을 굴러야 했다.

평소에는 나름대로 시간을 잘 지키던 시영버스가 지난 9일 낮시간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원당의 정류장에서 01번 버스를 기다리던 김미정(주부·주교동)씨는 “일산에 쇼핑하러 가기 위해 20분을 기다렸지만 시영버스가 오지 않아 1번을 타야겠다”고 푸념했다.
백마교 밑에 있는 01번 시영버스의 차고지 옆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던 임유정씨(성원아파트)는 차고지에서 버스가 출발하지 않자 사무실까지 찾아와 “도대체 버스가 언제 출발하느냐”고 항의하기도.

이날 낮 시간에 차가 제시간에 운행을 못한 이유는 기사들의 ‘태업’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영버스는 기사들이 적은 까닭에 기사가 운행을 못하면 버스도 함께 운행을 멈추는 것이 관행.
내일부터 시영버스가 사라진다는 사실 때문인지 기사들은 제각각의 이유를 대며 운행을 꺼렸다. 출퇴근시간에는 제시간에 차를 몰던 기사들이 오후가 되자 출발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버스로 향하지 않은 것.

점심 식사를 하던 기사들에게 시청에서 해고통지서가 몇몇 기사들에게 날아왔다. 이날 해고 통지서를 받은 모 기사는 “턱이 아파 병원에 가야 한다”라며 만류하는 공무원을 무시하고 나가 버렸다. “그러면 차는 누가 운행하느냐?”라고 물으면 “알아서 해라”라는 식.

고양시는 명성운수나 공원관리사업소로 가는 기사들에 대해서는 사표수리 형식으로 인사처리를 했지만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정식 해고했다.
이날 해고된 이석철씨는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해고통지서를 보여주며 “해고된 기사가 운전대를 잡고 싶겠냐”고 푸념했다.
고양시측은 사태가 이렇게 되자 담당 공무원은 밤 늦게까지 남아 기사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 “당장 내일부터는 기사들이 출근하지 않아 오늘 부득이 해고통지서를 보냈다”며 기사들을 위로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시영버스 사무실에는 하루종일 걸려오는 문의전화로 북새통이었다. “그 동안 고마웠다”며 격려의 말을 전하는 시민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영버스 폐지에 대한 항의성 전화들이었다.
특히 외곽노선이 다니던 지역의 주민들은 불만이 높았다. 대자동에 사는 한 주민은 “시영버스를 타면 시내까지 한번이면 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벽제까지 나와서 갈아타야 할 판”이라고 불평했다. 풍동 성원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불만이다. 01번 시영버스가 사라지면 당장 백마역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야 한다.

파견 공무원인 정성기씨(교통행정)는 “고양시의 홍보가 부족했는지 시영버스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몰라 진짜 없어지는지 문의하는 전화와 함께 대체노선의 배차, 운행시간을 물어오는 전화도 많았다”고 말했다.


시영버스 기사들은...
그동안 6∼7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시영버스를 몰아왔던 기사들이지만 시영버스가 멈추자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시영버스 폐지가 공식적으로 결정난 후 기사들은 대표면담 3회와 간담회 2회를 통해 기사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고양시는 명성운수로의 고용승계를 제안했다. 결국 총 20명의 시영버스 기사 중 12명은 명성운수로 옮겨가고 공원관리로 2명, 정리해고 5명으로 결론이 났다.

정리해고된 기사들은 몇 개월간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돈(급여의 50%가량)으로 생활해야 하지만 당장 생계를 찾지 못해 막막하다. 고양시측은 “배치전환 및 고용승계 등 기사들을 해고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사자가 희망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근로기준법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몇몇 기사들은 정리해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명성운수로 직장을 옮긴 기사들도 고용승계 조건이 명문화되지 않아 또 다른 문제의 불씨로 남지 않을까 우려. 처우대책 협의과정에서 고양시나 기사 모두 구두로만 합의해 명성운수측의 반응과 기존의 명성운수 기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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