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진출까지

고양은 조선족에게 ‘살아볼 만한 곳’.
신도시 건설 경기를 타고 들어오기 시작한 조선족들이 숫자로 2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 조선족을 20만으로 잡을 때 10% 가량이 고양에 터를 잡았다.

세가 싼 일산역과 일산시장 근처에 사는 조선족 숫자가 어림잡아 300여명. 장항동에 둥지를 튼 일산조선족복지선교센터도 이쪽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해가 긴 여름날 일산 장날이면 일산시장은 하루 일을 끝내고 모이는 조선족들로 마치 곗날 같다.
기반을 잡고 호프집이나 만두집을 낸 조선족부터 약제 좌판을 벌인 조선족, 친구를 만날까 호프집에 들른 조선족까지. 일산시장의 장날은 조선족에게 푸짐한 잔칫상이다.

그러나 이들이 빠져나온 방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의 방이다. 식당에서 새우잠, 건설 현장에서 막잠이 조선족 휴식의 전부다.

남자들은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 높은 임금이 그 이유. 일산역 주변의 서 너개의 용역 회사에는 조선족들로 항상 붐빈다. 이들의 한달 벌이는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 공장에 취직하는 것과는 비길 바가 아니다. 그래서 60이 넘은 노인까지 공사판을 떠날 수가 없다.

젊은 축에 드는 여성들도 공사 현장에 많다. 그러나 여성들은 주로 식당이나, 파출부, 가정부 일들을 한다. 주로 직업소개소에 적을 두고 일을 찾는다. 식당에서 일하면 100만원 안팎, 입주 가정부는 90만원에서 120만원, 파출부로 일한다면 하기에 따라 150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쥘 수도 있다.

최근에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조선족 여성들이 노래방에 진출하고 있다. 보도방을 통해 노래방에 불려가면 시간당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보도방에 소개료 5천원을 내면 나머지 1만5천원이 수입이 된다.

조선족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기. 일산구 모식당에서 일하던 김모씨는 주인이 대신 만들어 준 통장에 3개월치 월급을 모두 입금했지만 막상 돈을 찾으러 갔을 때는 잔액이 없었다. 주인이 따로 만든 현금카드로 모두 빼썼기 때문.

98년 IMF로 한참 어려운 시기에 1천만원을 들여 한국에 온 박모씨는 3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빚을 갚았다. 그러나 중국에 있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돌아가지 못하고 마음만 조리고 있다. 돌아간다면 다시 나오기 위해 또다시 1천만원을 들여야 함은 물론이고, 이름과 국적까지 한족으로 바꿔야만 재입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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