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사업가의 유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동포를 버리고 가는 고국은
10년도 못 가서 IMF 났다’

한국에 농산물을 선적했으나 사기를 당해 중국에도 돌아가기 못하고 “한국을 헤매고 있다.” 홈페이지(http://user.chollian.net/~rbtmby)를 만들어 사연을 전하는 중국동포 이병철씨의 목소리다.

이병철씨는 한국의 모 교역회사에 농산물을 납품했으나 입금이 되지 않은 상태로 물품만 통관되었다. 250만불의 대금을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이병철씨는 여권이 만기 돼 94년 이후 고국을 헤매며 힘겨운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이병철씨는 한국 사람은“돈과 재산과 사욕에 너무나 과분하게 미치지 않았나”라고 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일한 소원은 ‘한중간에 자유왕래’. 보고싶은 사람은 딸 단이.

자유게시판에는 이병철씨에게 힘이 되고자하는 격려의 글들이 올라있다.
“조선족이나 한국인이나 뿌리는 같은 한민족이니 어때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오히려 관계를 더 어렵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차라리 한발 떨어져 생각하는 게 서로에게 더 낫지 않을까요? 한국사회가 각박하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조선족뿐만은 아닐거여요.” 김세욱씨의 생각.

위로의 글도 있다.
“이명철씨의 글들을 보니 어딘가 모르게 외로움과 슬픔이 고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명철씨 하지만 민족애에 대한 감정 하나만으로도 가슴속 무언가 뜨거운 감정이 흐른다고 믿습니다. 우리 좋은 친구가 됩시다. ”

“고국유랑기를 읽으며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무엇을 전하여야 그 한없는 슬픔과 울음의 한을 메꿀 수 있겠습니까. 소망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한국 욕 그만하고 중국으로 돌아가시오”라는 글도.

‘고국, 조선족 그리고…’라고 시작되는 이 사이트는 99년 만들어져 조회수가 50만을 넘고 있어 한국에서 조선족의 회환을 대변하고 있다.

이병철씨는 ‘다시 쓰는 가요무대’에 아리랑이나 해뜰 날들의 가사를 고쳐 올리면서 고국에 대한 원망과 또한 버릴 수 없는 애증을 토해내고 있다.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 온단다.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 온단다.
우리 조선족들에게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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