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로 지정하고 보호 안해

고양시가 보호수로 지정한 은행나무가 바로 옆에 새로 뚫리는 도로로 인해 고사될 위기에 놓였다.

고양동 34번지에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어 넘고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수호수’로 보호하고 있고 고양시에서도 보호수로 지정(경기-고양-12)해 왔다. 얼마 전까지도 고양동 마을에서는 가을에 앵무봉에서 제를 지내고 마지막으로 마을로 돌아와 은행나무 앞에서 마지막 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고양시가 은행나무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로를 내느라 나무 옆 토지와 임야를 훼손해 주민들은 나무가 말라죽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무에서 도로까지는 채 10m도 떨어지지 않은 것. 그러나 공사도중 20m 떨어진 곳에서 나무 뿌리가 발견될 정도로 뿌리가 인근에 넓게 뻗어 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이 나무는 한여름에는 하루에도 10여드럼의 수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토지가 암반층이어서 대부분의 수분을 인근 숲에서 끌어왔는데 도로가 생기고 숲이 사라지면 더 이상 나무에 수분공급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인근에 사는 이영익(가명)씨는 “전문가로부터 나무에 대한 조치를 확인받기 전까지는 중장비가 들어와 나무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개통되는 도로는 교통량이 많은 고양동의 중심부로 연결돼 차량의 통행량이 많아져 나무에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들은 도로를 내려면 현대아파트 옆으로 길을 내 310번 도로와 직접 연결하는 쪽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나무를 살리기 위한 고양동 주민들의 민원이 있지만 고양시측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도로개설은 시청의 도로건설과가 담당하고 있지만 은행나무의 관리는 녹지과 소관. 결국 보호수로 지정해 놓고도 부서간 업무협조가 안되 마을의 명물이 죽어가고 있다.
도로신축 공사 이전에도 이 나무는 나무가지가 조금씩 말라가고 있어 마을사람들은 나무를 살리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의 한복판에 선 ‘개갑수’
예전부터 고양동 마을의 수호수이던 수령 500여년의 은행나무는 암수가 붙어있는 ‘연리수’로 인근에 향교가 있어 사람들에게 ‘향교골 나무’로 불린다. 그러나 고양동에 오랫동안 살아온 노인들은 이 나무를 ‘개갑수’라 부른다.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은 오래전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의 나이 100년 가량 됐을 당시에도 제법 커다란 나무였던지 왜군들은 격전지였던 벽제관 인근 은행나무에 집결해 있었다고 한다. 이때 왜장은 갑옷을 벗어 이 은행나무에 걸고 낮잠을 잤다. 이때부터 나무의 이름이 걸 괴(괴)에 갑옷의 갑(갑)자로 ‘괴갑수’로 불렸다고.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이를 풍자해 ‘개갑수’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이 개갑수는 벽제지역이 역사적으로 격전지였던 터에 임진왜란 뿐만 아니라 청일전쟁과 한국전쟁 당시에도 전장의 중심부에 있었다고 한다. 한 일화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9.28 서울수복으로 후퇴하던 좌익세력들의 집결지였다고. 그러나 미리 정보를 안 미군은 이곳에 집중포화를 퍼부어 마을사람들은 당시 은행나무 근처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수호수의 역할도 많이 퇴색한 지금 이 고목은 개발의 논리 앞에 자신이 보아온 수많은 주검처럼 같은 운영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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