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가 이태수 씨

“딸에게 보여줄 책을 고르려고 책방에 갔다가 내 할 일을 찾았습니다. 그림책을 고르다 보니 좋은 그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세밀화 쪽으로는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 수많은 재주꾼들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늘 값비싼 고급(?)미술에는 저항감이 있었고 질 좋은 그림을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오던 터라 출판미술은 내 생각을 실천하는 데 좋은 매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태수 씨는 자신이 어린이들 책에 세밀화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또 그의 그림책을 본 사람들은 ‘사진 보다 더 생생하고 실감난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이다.

특별히 그림을 잘 그리는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냥 “정성”이라고 짧게 대답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다보면 아이들의 향한 이태수 씨의 정성이 묻어나 있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이었던 만큼 모든 어린이를 자신의 딸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이 씨는 또 자신의 그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물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눈 기르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호랑나비 하나를 그려도 지금 필요한 것이 봄에 활동하는 나비인지 여름에 활동하는 나비인지를 관찰한다. 또 그 이름이 학명인지 아니면 지역마다 다른 이름인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그려진 이태수 씨의 세밀화는 지금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그에게 한국 최초의 세밀화가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한국에서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자문을 구하거나 보고 배울 선배가 없다는 것이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세밀화를 칼라로 그려왔는데 흑백그림을 준비하고 있어요. 흑백그림이 줄 수 있는 상상력의 극대화 효과도 있고 책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가해요”라며 책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책을 보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현재 탄현동에 살고 있는 그는 ‘동화 읽는 어른모임’ 등 고양시의 자발적 어린이 책 독서모임에 관심이 많다. “동화가 많이 읽히는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좋은 책을 만들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태수 씨. 동화나라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무슨 대책은 없을까 하는 질문에 “좋은 책을 선별해 구비해 놓고 어린이와 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심스런 진단도 내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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