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동화작가) / 고양시립도서관 운영위원장

선거를 며칠 앞두고 길거리마다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내걸리고 선거벽보와 선거 홍보물이 봇물을 이루듯 넘쳐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앞에는 후보자들과 운동원들이 길게 늘어서서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무관심하다.
왜 이렇게 시민들의 반응이 무관심할까?

이런 현상은 나라의 장래에도 부정적이지만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어차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가 끼치는 영향이 커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오늘의 현실은 냉정하리만치 정치에 대해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갖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비전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예측 불가능한 불투명함만을 주었다.

이번 선거는 예전과는 달리 의원직이 무보수 명예직이 아니고 유급직으로 전환되어 실시하는 첫 지방선거이다. 그러다보니 여느 때보다 후보자들이 많이 출마했다. 일단 당선만 되면 4년간은 안정적인 월급과 각종 수당을 받게 된다니 누구라도 출마의 유혹을 받게 되고 그래서 후보자들이 실제로 많이 출마하였다.

후보자가 많으면 유권자들은 그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몰라 선택의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신중하게 후보자를 골라 투표를 해야겠다. 자격미달인 사람이 당선된다면 이는 곧 모든 시민들의 손실이요,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그 지방의 일꾼을 뽑는 선거이므로 정당 추천이 아니라 자격이 되는 사람을 지역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출로 뽑혀야 바람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하는 이번 선거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앞으로는 시의원이나 도의원은 물론 시장이나 도지사까지 정당 공천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방자치제의 본래의 뜻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 정당 스스로 자당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선거법을 개정해 주기를 바란다. 지방선거가 정당과 후보자, 선거운동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모든 지역주민들의 잔치가 되기 위해서는 앞의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제 선거가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며칠이 될 것이다. 후보자들은 정정당당하게 정책으로 승부를 하고 이후 유권자들의 심판에 담겨있는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지 당선 이후 사심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 맡은 본분을 다해 이번 선거가 우리 모두를 위한 잔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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