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마다 가족들 이야기 꽃 활짝

 고양신문 주관 모의월드컵이  지난 21일 충장공원과 중산공원 등 고양시 8개 운동장에서 각 조별 예선전으로 치러졌다. 이날 진행된 경기만도 구장별로 6경기 등 총 48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각 팀은 지역과 팀의 명예를 걸고 16강 진출을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경기장 안팎에서는 승패를 떠나 축구 자체를 즐기려는 축구인들의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운동장마다에는 응원을 나온 가족들이 일찍부터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한 자신의 팀이 경기를 하는 와중에도 몇몇 가족들은 경기에는 관심이 없고 싸온 음식들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몇몇 아주머니들은 축구에 ‘미친’ 남편 때문에 생기는 서로의 애환을 위로한다. “저희 남편은 일요일마다 새벽에 나가 공을 차고 점심때나 들어와요. 그리곤 피곤한 눈을 하고 밥 달래요. 그걸 보고 어떻게 아이들 데리고 놀러 가자고 할 수 있겠어요”라는 아주머니에 “전에는 주말에 등산을 즐겨서 산을 오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할 수 있었는데 저는 규칙도 잘 모르는 축구에 미쳐 휴일날 남편 얼굴이라도 보려면 운동장에 나올 수밖에 없어요”란다.   

그러나 조기축구회의 가장 큰 결속력은 선수들이 아닌 이들 아주머니들에게서 나올

지도 모른다. 매번 대회때면 남편들을 챙겨주는 가족들이 있어 선수들은 더욱 힘이 난다고. 
한편 경기장에서 오가는 대화는 주로 욕들이 많다. “야! XX야. 공 달라니까” “그것도 못 넣냐. XX놈!”이라는 말들이 난무한다. 밖에 있던 대기선수들은 한 술 더 뜬다. “야! XX야. 애들도 있는데 욕 좀 고만해라. 이 XX야”

그러나 선수들은 경기 중 이런 대화들은 일상화되어 있다고 변명. 
자신의 팀이 경기를 하지 않는 와중에는 먹느라 정신이 없다. 점심시간이 되자 각 팀에서는 잔뜩 싸가지고 온 음식들을 펼쳐 놓는다. 몇몇 팀은 감독관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한잔을 걸친다. “음주 축구는 안됩니다”라는 경고에 “이 더운날 목도 못 축입니까? 그리고 전 감독이 내보내주질 않아 속상해 술 먹어요”란다.

G조 예선이 벌어진 대화동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경기 막바지 승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경기장 밖에서 양 팀 코치진 사이 거친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 감정은 없다. 경기가 끝나자 말다툼의 당사자들은 웃으며 악수를 나눈다. “모르는 사람들도 아닌데 아까는 왜들 싸웠어?”라고 물으면 “이것도 전략”이라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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