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남/화정동 주민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과 이들을 감시하는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5.31 선거는 제1야당이 거의 독식한 채로 끝났다. 이를 외국인이 볼 때 한국은 한나라당이 통치하는 국가이거나 아니면 1당 통치 국가인 북한의 선거 얘기가 아닌가 했을 것이다. 신문이나 TV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기사를 대할 때면 혀를 끌끌 차는 일이 나만의 일일까.

이번 선거에서 나는 인구가 2만명도 채 되지않는 고향의 선거 판세를 유심히 지켜 보았다. 군수후보 7명을 포함해 47명이 출마해 유권자 361명당 후보자 1명이어서 선거 공보가 한보따리나 되고 유권자들은 후보자별 공약과 경력 등에 대해 따져보기를 아예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지자체 선거는 지역의 살림을 4년간 살아 줄 참 일꾼을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축제여야 하는데 정당 공천이 기초의원에게까지 도입돼 정당간 정쟁의 마당이 되어 버렸다. 나라 사정과 국제정세를 두고 국익에 대해 고민해야 할 국회의원과 당 지도부가 국회를 비우고 선거판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나에게는 직무유기로 보였다.

5월29일 심야에 내 고향 후보들의 방송토론회가 있다고 해서 보았더니 4명은 25분씩 토론을 하고 3명은 10분씩 연설을 하는 게 아닌가. 똑같이 같은 금액의 기탁금을 지불하고 출마했는데 누구는 긴 시간을 주고, 누구는 단 10분만 연설을 하게 하니 불공평해 보였다. 방송국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해당 지역선관위에서 정해준 데로 했다는 것이다.

다시 선관위에 문의하자 7명이 모두 토론을 하면 방송시간이 길어지므로 방송국 사정상 4명으로 했는데 기준은 여론조사에 의한 상위 4명은 토론, 나머지는 연설로 했다는 것이다. 선거 방송은 토론이든 연설이든 공평의 원칙에 의해 진행해야 할 것이아닌가.

선거 결과는 더욱 가관이다. 정원이 2명 이상인 기초의원 선거에서 복수공천을 한 유력 정당은 최고득점자와 당선자는 거의 어김없이 가나다순이었다. 유권자들이 인물이 아닌 정당만 보고 기표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후보자의 자질을 떠나 가다다순에 따른 성(姓)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면 이는 웃지못할 심각한 정치코메디이다. 잘못된 선거법의 부작용을 알고도 그대로 이어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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