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당 300만원 과외까지 '스스로 학습법' 멀지만 확실한 길

김인아…모 신문의 보도대로라면 백석고가 한 사립대에서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내부등급표에서 2위을 차지했다고 한다. 고양시 아이들이 많이 가고 있는 명덕외고가 3위를 차지했다.이 결과대로라면 물론 아이들 실력도 뒷받침했겠지만 고양시의 교육열도 만만치 않다고 느껴진다. 어느 정도인가?

이난숙…고3인 아이에게 4개월에 600만원짜리 과외를 시켜보겠냐는 전화가 왔었다. 처음에는 0의 개수만으로도 기가 질렸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한 반에 30%정도는 액수에 차이는 있겠지만 기백만원 단위의 고액과외를 시키고 있더라. 일산에는 과목당 한 달에 300만원짜리 과외까지 있다.

김해영…그래도 정말 실력있는 선생님들은 일산까지는 안 온다고 한다. 강남에 본점을 둔 전문 과외그룹에서 일산 인근에 사는 선생님을 배치한다고 들었다.

이난숙…고액과외는 마치 카르텔같은 걸 만들어 알음알음으로 연락이 온다. 강남에 3곳이 있는 걸로 안다. 아예 학원을 차리고 사업을 한다. 주로 대상이 강남, 일산, 분당, 목동 지역이다. 교재도 자체적으로 만든다.

김해영…비싼 과외를 시키기 위해 어머니들이 파출부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대부분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대학 보내기 위해서는 엄마들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벌이하는 집의 예다. 70만원씩 주고 11시부터 5시까지 파출부를 쓴다. 이 아줌마는 소나타를 타고 오는데 아이 과외를 시키기 위해 파출부 일을 한다.

이난숙…대부분 어머니들은 아파트 거실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안다. 그 중에는 직접 발로 뛰어 정보를 선점하는 행동파도 있다. 나는 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젠 집에 앉아만 있어서는 어머니로서 뒤쳐지게 된다.

김해영…어머니들 자신이 영어를 공부하는 모임에서조차 결국 마지막 이야기는 어느 학원을 보내나,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하나로 흘러가게 된다. 학원의 상술은 뛰어나다. 학부모의 간지러운 곳을 알아서 긁어준다. 학부모들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상위권 아니면 들러리…알아도 보내는 학원

문도형…고양시 학원은 마치 군대 같다. 중학생인 둘째가 도저히 못 다니겠다고 해서 끊었다. 매를 드는 건 다반사고, 학생이 안나오면 집으로 일일이 일러준다. 요사이 학교에서도 안 하는 일들을 학원이 하고 있다.

김해영…시험기간이면 학원들은 새벽 1, 2시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학원이 알아서 끌어준다. 공교육이 못해주는 부분을 학원이 채워준다. ㄱ학원은 학생수가 500명이 넘는다. 웬만한 중학교보다도 크다. ‘ㄱ중학교’라고도 부른다. 이런 학원만 일산에만도 네 다섯 개나 된다.

김인아…학원에서 상위 10%만 효과가 있고, 나머지는 들러리라는 말들이 많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부모들도 다 알고 있으면서 학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해영…시험 때도 상위 10%는 저녁 8시면 집으로 돌려보낸다. 집에서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라는 계산이다. 나머지를 모아놓고 닦달한다. 심지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셔터를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학원에서 아이들을 볶으면 70점 맞던 아이들이 80점으로 오르니까 어머니들이 학원의 비인간적 대우를 알면서도 보내게 된다.

이난숙…고등학교 대상의 학원도 매를 들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몽둥이로 엎어놓고 패는 학원도 있다.
김해영…학원은 각 아이의 특성에 따라 맞는 방법으로 가르친다. 학부모들도 무조건 학원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짠다. 결국 아이에게 학원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려서 학원을 보내게 된다.

평준화후 중학교는 교환학생시험이 대유행

김인아…평준화되면서 중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위한 사교육은 주춤하겠지만 대학에서 내신성적 비율이 높아지는 한 미술, 음악, 한자 같은 과목의 단기 사교육은 기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 평준화 이후 학부모들의 교육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이난숙…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고양시에서 최고라는 ㅂ고를 준비하던 아이들의 부모다. 머리 싸매고 누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일부는 아예 서울 강남으로 이사가고, 일부는 외고를 보내겠다고 학원을 찾아다닌다.

김해영…중학교는 교환학생 시험 보는 게 유행이다. 그런데 막상 시험에 합격하고도 1년의 공백을 못 메울까봐 망설이는 부모들이 많다. 아예 자기 자식이 좀 처진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이나 미국을 조기 유학을 보내고 있다. 월 300만원에서 400만원은 든다고 한다. 교육열은 중·고등학교만의 사정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아이에게 일곱 여덟 가지 학습지를 시키는 건 다반사다.

김인아…교육청에서 열리고 있는 과학영재반과 일산중학교에서 운영하는 발명반에 들어가지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일주일에 강남까지 가는 걸 포함해서 19곳의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도 있다고 한다.
김해영…공교육 기관에서 해주는 영재교육은 한계가 있어 대부분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20만원 가까운 회비를 받는 영어학원은 이미 대중화되었다. 심지어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책을 읽히는 과외도 있다.

‘다르게 키우기’ 용기 필요해

김해영…어떤 게 좋은 교육인지는 모두 알고 있다. 얼마 전 ‘아이는 아버지가 키워야 된다’는 책을 읽고 절망감을 느꼈다. 나는 왜 그렇게 못 키울까 회의가 생겼다. 그러나 막상 부딪치게 되면 내 아이만 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 두려워진다. 지금은 그래도 마음을 많이 비우고,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에게 90점 맞을 거 80점만 맞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운동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검도를 가르치고 있다. 중학생 여자애가 검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도형…책이야말로 스스로 읽을 때 약이 된다. 교육제도 자체가 만드는 비극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이민이라도 간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좋거나 싫거나 여기에 적응하며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고양시는 학원과 학부모가 척척 손이 맞아 돌아가는 분위기다. 학원이 맛있는 과자를 내놓으면 학부모가 아이를 밀어서 먹여준다. 평준화가 되었어도 사교육 시장을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나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보고 싶다면 보여주고,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데리고 다녔다. 지금은 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난숙…모든 부모가 비슷하다. 그러나 막상 고3이 돼서 아이가 벽에 부딪치자, 나도 솔직히 고액과외라도 시킬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그리고 아이에게 죄책감마저 들었다. 마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처럼…. 그러나 첫 애로 마음고생을 하고나니 돈으로, 정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보이더라. 둘째 애에게는 공부가 싫으면 마음껏 길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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