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엄마는 하루만 졸라도 개를 사주는데”


그림책 때문에 얼마전에 곤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일곱 살 딸아이와 열살이 된 딸아이가 내 친구 커트니라는 책을 읽고 나서 "엄마 왜 그림책에서는 하루만 졸라도 개를 사주는데 엄마는 삼 년을 졸라도 개를 안사줘?"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그림책이니까 그렇지" 하고 얼버무렸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아이하고 대화하는데 도움이 되어 좋기도 하지만 아이한테 할말을 잃을 때도 많다. 왜냐하면 세상은 책속에서처럼 되지않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느껴보려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역부족이다. 다만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의 일부분일 뿐이다.

처음에 동화공부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게하고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도록 할 수 있을까였는데 지금은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이해하고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나게 해줄까로 변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아이들의 발달단계나 특성을 고려하면서 아이들의 기호에 맞는 책을 고른다. 내가 판단해서 고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사거나 빌려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연극도 해보면서 책 속으로 깊이 들어가 책 속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가 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 깊이 느껴보기 위해서 하는 여러 가지 독후 활동 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즉흥연극을 해보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해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비룡소에서 출판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다.

항상 이유있는 지각을 했던 존의 말을 믿지 않는 선생님과 존이 되어 연극을 하면서 아이들은 특히 결말 부분에서는 너무나 통쾌해 하면서 즐거워했다. 존의 말을 믿지 않던 선생님이 고릴라에게 붙잡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평소에 자신들이 대항할 수 없는 어른들에게 향한 감정의 해소를 느끼게 해주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자신들의 삶 속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대리만족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경험한 재미들은 다른 즐거움보다 훨씬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독후활동들을 열심히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즐거운 책읽기를 위해서 독후활동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이 그 속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책을 만나고 책과 함께 놀면서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일산동화읽는어른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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