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미/고양YWCA회장

장미 해외 로얄티만 120억원
국내산 장미 애용이 곧 애국 

요즘 호수공원의 장미 정원엔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장미들로 별천지다. 오직 나라를 구하기 위해 귀한 생명을 바친 이름 모를 청년들의 핏빛인 양 6월의 장미는 더 붉고 향기도 더 진하다.

그런데 최근 중세 영국의 장미전쟁이 아닌 장미로열티 전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4년 장미 등 화훼류 5종에서만 50억 원에 이른 로열티는 2005년엔 70억 원, 2006년엔 12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증대될 예정이며, 장미 농가들은 이미 선진국 대기업과 로열티 지불을 둘러싼 많은 소송에 휘말려 있다. 재배.유통되는 장미의 99%가 외국품종인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로열티가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고, 지적소유권을 독점한 선진국의 로열티는 언제든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경제, 특히 지식정보 산업의 사회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가의 보호주의와 규제가 철폐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심지어 농업과 의료산업에서 세계적인 초국적기업들이 지적소유권을 무기로 저개발국의 무지를 이용해 식물품종에 대한 독점적 특허에 의한 약탈행위를 한다는 사실이 21세기의 놀라운 현실이다.

식물보호해제 대상이 모든 농작물로 확대되는 2009년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는데도 이 문제는 쌀 개방 등 정치이슈에 밀려 아직 기본 청사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식정보나 금융.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화가 이미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가 된 오늘날 세계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세계화 속에서 우리 농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지혜로운 대응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도 14년 전인 1992년 한국종 장미를 개발하기 시작해 2000년에 탄생한 한국종 장미가 농가에 보급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따라서 국내산 장미는 아직 많은 농가들이 그 우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경기도 고양과 파주에서 심은 한국종 장미의 평가가 좋아 올해엔 3배로 확대할 예정이며 타시도로도 보급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3년마다 한 번씩 꽃박람회가 열려 각국 바이어들의 수출주문을 받는 고양시는 화훼특구로 지정되고 488억 원의 예산으로 원당에 고양화훼수출단지를 조성 중에 있으며, 호수공원의 로즈가든엔 수많은 종류의 장미들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고양시의 시화(市花)가 장미다. 매달 14일을 로즈데이(5월14일)로 제정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호수공원 로즈가든에서 해마다 장미축제를 열자. 그 축제엔 바이올린 연주 같은 근사한 음악도 있어야겠다. 바디플라워, 장미로 만든 음식, 향수 등 장미종합 전시회를 갖고 장미꽃 나눠주기 행사도 벌이면서 국내산 장미를 재배하는 농가에 힘을 실어주자. 학교, 관공서, 가정에서 장미를 많이 꽂자.

경제가 선도하는 세계화의 무한경쟁시대에 99%에 달하는 외국산 장미에 대응해 비록 지금은 1%에 불과하지만 국내산 장미를 재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이 시대의 애국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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