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쪼개 참여…자진해서 나선다

작은아이 규명이가 2학년이 되면서 친구랑 함께 보이스카웃에 들었다. (초등학생들은 따로 컵스카웃(CUB SCOUT)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진다.) 자연속에서 배우는 활동들이 좋아 보여 전부터 아이들에게 권해보고 싶은 터였다. 마침 유치원 때부터 줄곧 같은 반이 되어 교실봉사활동을 함께 해오던 앤드류와 스티븐 엄마도 아이와 함께 설명회에 와있어 반가워하며 망설이지 않고 들게 되었다.

그런데 가입하면 선생님과 아이들끼리만 모여 알아서 활동하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부모의 참여가 필수라니…. 거의 매주 서 너 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팩 모임에 부모가 함께 참석하며 한 달에 한번 부모 모임, 여기에 한달에 한번 모이는 큰 단위 모임인 댄 모임까지.

아직 영어가 능통한편이 아닌데다 아빠의 도움 없인 쉽지 않을 것 같아 남편의 눈치를 먼저 살폈다. 한국에선 아이들 교육은 엄마가 알아서 하는 걸로만 알던 남편이 미국 와서 다소 변하긴 했지만 이렇게 자주 모인다면 썩 내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엉겹결에 따라온 남편은 다른 아빠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의외로 순순히 응낙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국사람 하나없 는 미국지역사회모임에 발을 딛게 되었다.

모임의 첫날부터 기대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 누가 팀장(댄)을 할거냐고 묻기도 전에 뒤로 물러나 있을 줄 알았던 아빠들(한국에서 하도 그렇게 적응된 터라)이 자진해서 나와 아이들 이름을 적고 팩을 구성했다. 우리 팩(PACK)에 팀장(DEN)을 맡은 브라이언 아빠는 50세가 넘어 보이는 노숙한 분이셨다.

우선 우리 팩에 아이와 부모이름을 적고 일요일 저녁에 브라이언네 집에서 모이기 했다. 처음 방문하는 집이라 빈손으로 가야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브라이언 아빠였다. “다 준비돼 있으니 그냥 오라”며 “혹 잊었을까봐 전화했다”고 덧붙였다.

간단한 인사로 끝난 첫모임인데도 할머니까지 온식구가 거실에 나와 우리모임을 경청했다. 두 번째 만남도 브라인언네에서 열렸다. 국기에 대한 맹세와 스카웃 의식을 치른 후 모두 마당에 나가 브라이언 아빠가 준비한 게임을 했다. 아이들과 농구공 넣기부터 야구공 던지기, 구르기, 지그재그로 걸어 돌아오기 따위의 놀이를 했다.

규명이는 친구들보다 덩치가 작아 친구들이 높은 골대에 공을 몇 번 넣은 다음에야 한골을 넣게되자 아빠들이 자기 아이가 넣었을 때보다 더 크게 환호하며 기뻐해주T다. 아빠들은 야구공 던지는 방법을 일일이 손을 잡아가며 가르쳐주고 잘 안되는 부분은 내아이 남의 아이할 것 없이 가르치고 격려했다.

남들 앞에서 아이 활동에 나서본 적이 없던 남편은 뒤에 어정쩡히 서있었지만 다른 아빠들이 하는걸 잘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직장에 다니는 바쁜 와중에도 일일이 서로 스케줄을 맞추어 다음 모임에 참석하려고 애쓰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며 그런 아빠를 보고 커가는 아들들이 다음에 커서 같은 모습의 아빠가 되리란 생각에 든든하고도 따뜻한 감동이 일었다. 아빠 손을 잡고 목에 힘주며 의젓해져서 돌아오는 규명이 모습에서 아빠의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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