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혜 강 본사 고문

즐거운 시민행사로 치렀어야

7월 1일 아침 파주로 가는 길은 비에 젖어 있었다. ‘시장 취임식을 주말로 잡을게 뭐람?’ 약간  불만기가 있었지만  옛 지인의 자랑스런 자리가 보고 싶어 일찍 집을 나섰다.  장소가 낯선 데다가 주차장이 붐빌 것 같아 택시를 이용했는데 취임식이 반시간 이상 남아 있는데도 행사장진입이 어려웠다. 10여명의 경찰관들이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파주 시민회관은 고양시장 취임식이 열린 문예회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넓직한 광장을 낀 대공연장 입구엔  시장 취임식을 알리는 큼직한 현수막이 걸려있고  광장 요소마다 G&G Paju라는 글자가 새겨진 페넌트 깃발이 나부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G&G ? 알고 보니 ‘위대하고(Great) 멋진(Good)’ 파주를 선양하는 문구란다. 서양식 작명(作名)을 좋아하는 유화선 시장의 취향이 엿보인다. 
1천여석이 넘는 대공연장은 이미 만원을 이뤄 많은 내방객들이 뒤에서 서있어야 했다. 행사장 좌우에 걸린 대형 스크린엔 방명록에 서명하는 내방객의 글씨가 생생한 동영상으로 비쳐진다. 10시 정각 사회자가 개회를 알리자 식장의 커튼 뒤에서 우렁찬 팡파르가 울린다. 유시장의 치적을 선전하는 홍보영화로 시작된 취임식은 유시장 내외가  무대 위에 오르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파주시장의 취임식은 한마디로 쇼 같은 분위기였다. 이에 비해 3일에 있은 고양시장 취임식은 너무 검소하고 차분했다.  그런 차이는 두 시장의  스타일에서 나왔을 법 하다. 유화선 파주시장이 전시적이며 돌진형이라면 강현석 고양시장은 내실중심의 개혁형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양시장 취임식이 옹색했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파주시장 취임식에선 '30만 파주인'  이라는 용어가 수없이 등장했다. 재임 1년6개월란 말도 심심찮게 나왔다. 강시장에 해당되는  ' 96만 고양인’이나 ‘재임 4년간’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숫자이지만 파주시는 이를 열심히 읊었다. 이것이 바로 홍보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번 시장 취임식에서  보인 홍보기법은 파주시가 한수 위였다.  어떻게 보면 파주시가 디지털형 이었다면 고양시는   아날로그 수준이었다. 

강현석 시장은 취임사 벽두에 이렇게 말했다.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고. 당사자야 조촐한 취임식을 치르라고 지시 했겠지만 이를 충실히 따른 참모들은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 인구 100만을 육박하는 대도시의 시장에 재선 됐는데 한번 떡 벌어지게 취임식을 한들 뉘라서 탓하겠는가. 더구나 고양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10대도시 중의 하나로 세계적 시사지 <뉴스위크>가 꼽지 않았는가.

고양시는 고양 시민의 자긍심을 한껏 일깨울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현석시장 취임식날 객석에 앉아 있는 강시장  부인을 보니  이틀 전 연단에 올라 만면에 웃음을 띄며 시민들에 손을 흔들던 파주 시장의 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갖 궂은 일을 다하며 오늘의 강시장이 있도록 내조한 그 부인에게 잠시라도 남편과 함께 자랑스럽게 연단에 서서 시민들에 인사하는 기쁨을 안겨 줄 수는 없었을까? 취임선서를 하는 강시장 옆에 그 부인을 세웠더라면 이날의 취임식은 더욱 성숙되고 인간화된 고양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겸손과 근검은 미덕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옹색으로 흐르기 쉽다.  고양 시장 정도의 취임식 자리라면 시민들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잔치판을 벌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시민이 좋아서 뽑은 시장인데 그가 취임하는 날 이상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운 날이 어디 있겠는가. 세금은 이럴때 쓰라고 내는 것이 아닌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선 대통령의 취임축하 무도회가 열리는 날엔 도시 전체가 축제 무드에 젖는다고 한다. 이제 월드컵 열기도 잠잠해졌으니 호수공원의 밤하늘을 수놓을 불꽃놀이라도 하면서 ‘시장님 시장님 우리시장님’같은  노래판을 벌여 보면 어떨까. 파주시장 취임식장에서 선물로 받은 ‘열린 음악회’ 초대권 두 장이 내가 사는 고양시에서 발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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