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오후 6시경 미관광장 한켠을 사물 가락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50여명의 풍물패가 광장 한켠을 차지하고 1시간 남짓을 쉬지 않고 장단을 쳐댔기 때문이다.

이날 있었던 (사)문화마을 들소리 주관의 ‘고양시 청소년 어울마당’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달아올랐던 흥을 식히지 못하고 행사가 끝이 났음에도 지도교사를 채근했다.

“선생님, ‘웃다리’한번 놀고 가요.”

이에 들소리 상쇠 하택후(22)씨는 꾕과리로 학생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관객은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던 시간이었다. 자신들의 신명에 빠져 사물을 두들기를 10분여, 본 행사의 관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에 학생들은 흥을 더하고….

지치지 않고 쳐대는 가락에 맞춰 관객들도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장단을 맞췄다. 아예 원안으로 들어와 어깨춤을 추며 흥겨워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요구에 “얼씨구, 절씨구”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의 즉석공연이 너무도 고맙다며 상쇠의 소매춤과 장구며 북위에 지폐가 꽂히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즉석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아니 그곳에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이 풍물가락의 생산자요 소비자였던 것이다.

소위 순수문화예술로부터 점점 소외당하는 것이 현대의 대중이다.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대중을 보면서 예술인들은 또 다른 소외를 맛보며 대중을 경시하게도 된다.

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점점 이원화 돼 가고 있는 요즘 보기 드문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날 이들의 작은 아우성은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어때야 할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준 계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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