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고양문화재단 총감독

고양국제전시장과 호수공원 사이 30만여 평 대지에 소위 한류우드 조성계획을 경기도가 중심이 되어 오랫동안 추진되어왔다.

확장공사 중인 국제전시장이 완성되면  이 전시장은 국제 교역을 촉발시키는 효과적인 장터가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숙박단지를 건설할 계획이 잡혔다. 이제는 임기가 끝난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발의로 관광숙박단지는 ‘한류우드’로 이름이 바뀌고 사업 내용도 변하게 되었다. 고양시와 파주시 일원에는 한류우드라는 도로 표지판이 오래전부터 부착이 되어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곳저곳에서 한류우드라는 이름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세차게 일었다. 경기도가 마련한 학술회의서조차 이 이름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도 그런 분 중의 하나였고, 김지하 시인도 이를 지적해 손 지사에게서 새로 이름을 공모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사업 내용도 확정되기 전에 길거리 표지판에 미리 한류우드라는 푯말이 붙어있어 의아하게 생각하던 나로서는 손학규 전 지사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한류는 1990년대 우리나라 대중연예인들이 중국에 뛰어들어 그곳 젊은이들에게 크게 부각되자 중국 언론들이 두려움과 냉소의 의미를 같이 포함하는 한류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류(韓流)로 표기했지만 그 이면에는 같은 발음인 차가운 흐름(寒流)이라는 뜻도 갖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결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단어이다.

거기에다 우드라는 이름까지 붙어 완전히 한자와 영어의 합성어가 되어버렸다. 주권국가에서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사업이 정체불명의 언어로 쓰이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한류우드는 잘못 발음되면 할리우드와 식별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늦은 감은 있지만 좋은 이름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이름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내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한가람 누리’이다. 한가람 누리가 위치할 곳이 고양이기 때문에 이 이름이 떠올랐다. 한가람은 큰 강이라는 뜻이다. 원래 한강을 한가람이라고 했다. 중국의 영향이 강하지 않았을 때는 漢江이 아닌 韓江으로 표현했다. 또 북한산도 北漢山 대신 韓山이었다. 그래서 고양의 옛 이름은 한메였다.

한강도 한가람이란 옛 이름으로 고쳐 부를 때다. 북한산성과 북한산의 주봉인 만경 백운 인수의 세 봉우리가 모두 고양 땅이다. 고양은 한강(한가람) 과 한산(한메)의 많은 부분을 지금도 끌어안고 있다. 새로 세워지는 ‘한가람 누리’에서는 새로운 민족문화를 태동시킬 곳이고 이 문화가 보편성을 지니며 온누리(全世界)에 퍼져야 할 곳이다. 한강은 흘러 바다로 나간다. 이 흐름은 오대양에 접해지고 세계인류와 접하게 된다.

고양은 꽃의 도시이다. 이태리 피렌체처럼 한국의 문예부흥의 꽃이 필 곳이다. 그래서 ‘한가람 누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통문화가 바탕이 되어 창의적이고 국제적 보편성도 갖춘 문화 명소가 되도록 준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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