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진/주교동 주민

주교동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내렸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집이 주교동인게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돈이 없다는 죄로 반지하에 사는게.

화장실에서 역류하던 물이 넘쳐서 온 집안을 덮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불이며 옷가지로 화장실 입구를 막아도 소용없고 나중엔 폭포처럼 들어오는데 정말 망연자실했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근처 여관으로 피신시키고 급한 마음에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양수기를 빌려 물을 빼라"는 말을 듣고 뛰어갔다.

양수기 빌리러 왔다는 말에 그들은 "다 나가고 없는데요" 왜 양수기가 없냐고 소리를 치자 그제서야 "창고에 한번 다시 가보겠습니다" 따라가 본 결과 양수기가 네대가 있었다. 그런데 세대는 벨브 고장, 하나 멀쩡한 게 있길래 빌려와서 시동을 죽어라 걸어봐도 연기만 나왔다. 알고보니 기름이 없는 것. 빗속을 뛰어서 주유소에 가 기름을 받아와 양수기를 작동하는데 걸린 시간이 집에 물이 들어오고 꼬박 세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것까지도 좋다. 없이 사는 죄로 반지하에 살았으니 비가 많이 와서 침수를 당해도 감수해야 하는 거라면 그러겠다.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어머니집에 얹혀살면서 두 세대가 한 집에 살고 있는데 몇 푼이나 나오는 피해보상금 이길래 한부엌을 쓰기 때문에 한집에 대해서만 피해보상을 해준다고 한다.

주민등록도 분명 두세대이고, 주민세도 두 가정 따로 내고, 모든 세금 따로 받아가면서 정작 나라에서 얼마고 돈을 줘야할 땐 한가정으로 치겠단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두 번 상처를 입히는 행정처리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 사진을 3부 첨부해야 한단다.  물에 잠겨 둥둥 떠다니는 세간살이 챙기기도 바쁘고 양수기가 없어서 물속에서 울고 있던 우리가 ‘아! 사진 찍어놔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라도 했겠는가? 그리고 언론이며 어디서 사진 찍어놓으라고 알려는 줬는가?

이제 또 비가 많이 오면 잘 할 수 있겠다. 카메라 목에 걸고, 패트병에 휘발유 사다 놓고, 집에 물들어오면 일순위로 동사무소 뛰어가 양수기 찜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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