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에 판단 맡기는 방법

성남시 백궁-정자지구의 용도변경 특혜 시비의 불똥이 일산으로 튀어 백석동 출판단지의 용도 변경 과정이 이와 유사한 건으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이 부지의 도시계획시설 용도변경을 반대해온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주민 공람 과정에서 찬성하는 의견의 주민서명이 일부 조작되었다며 수사 의뢰를 신청하는 한편 재차 주민 투표를 계획하며 반대 운동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난 2년여 동안 백석동 용도변경 추진에 특혜 의혹과 더불어 계획된 자족 도시의 포기, 대규모 주거시설 확대에 따른 도시 기반시설 미비 등 바람직하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계속하여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고양시는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용도변경을 강행하였지만 결정권자인 경기도는 이 건을 세 차례에 거쳐 반려하는 지경에 이르러 시와 의회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혔다. 한편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분당의 경우에서 비리 의혹을 폭로한 것을 기화로 일산까지 그 의혹의 불똥이 옮기자 시는 반려된 것을 수정 보완해 이번 시의회 회기에 재 상정하려던 안건을 취소하며 주춤거리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 같은 진퇴유곡의 상황이 빠진 것은 시장이 자신의 뜻을 쉽게 접고, 여론 수렴 과정이 미숙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시장은 보궐 선거 당시 용도변경 불가 공약과 취임 후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다 갑자기 적극적 추진 입장으로 바꿔 사업자에 대한 특혜의혹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시장은 갑작스런 선거 공간에서 확고한 공약을 검토할 수 여건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이 부지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시의 '랜드 마크'로 상징적 건물이 될 것이라며 그 타당성을 주장하며 찬성의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그러나 시는 사업자로부터 '규제법에 위배된' 기부금을 받는 조건을 사업추진 여부의 중요 변수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토지공사가 이 부지를 매각하기 전 용도 변경을 요구했지만 계속 불가 의사를 밝힌 것과 취임 초기까지 반대를 고집하던 것을 비교하면, 시장은 도시계획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를 일시적 세수 증대의 유혹에 사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 사안은 전국 최초로 민간 기구가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백석동 주민 43%가 참여 하에 88%가 반대하는 한편, 공람 기간 중 찬성한다는 주민 서명이 상당수에 이르는 등 주민 여론이 심각하게 엇갈려 여론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서로 주장하고 있는 터다. 조작 의혹을 수사 의뢰까지 한다고 하니 조작 시비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시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할 것이다. 형식적인 공람에 그치지 말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이미 주민들이 계획하고 있는 주민투표를 시가 직접 나서 공정한 관리 하에 주민 투표를 해 볼 일이다. 이렇게 할 때 여론 조작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추진의 명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민투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얼마 남지 않은 내년 단체장 선거까지 추진을 유보하는 것이다. 각 후보들이 이 사안에 공약을 분명히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시민의 심판을 받은 차기 시장에게 추진 여부를 맡기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 이는 지역자치 시대에 각 지역의 중요한 의제(아젠다)를 선거를 통하여 결정하는 귀중한 경험으로 지방자치의 선진적인 사례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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