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살고싶은 ‘고양시를 부탁해’

좌담 참석자
자문단 - 김갑성(연세대 교수·도시공학과) 김범수(고양시의회 의원) 이동환(국회의원 보좌관·도시계획학 전공)
시민대표 - 고혜수(고봉산 가꾸기 시민모임 대표) 김수경(풍동 주민·고양환경운동연합 간사) 원정호(백석동 주민)
사회 - 김진이 기자

쾌적한 주거공간…이젠 교통난이
사회자
먼저 고양시에 오게 된 이유와 지금의 느낌부터 이야기해보자.
이동환
고양시에 온지 5년 됐다. 그전에는 2년마다 이사를 다녔는데 집값이 안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사갈 곳을 신중하게 고르게 됐다. 집값 변동 상황도 살펴보고 주거환경도 고려한 끝에 일산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고밀화되지 않은 주거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교통이 너무 나빠져 고민이다. 그리고 휴일날 쉴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 호수공원, 정발산이 있지만 가족들과 편안하게 고기라도 구워먹고 자전거도 마음껏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갑성
종로구에서 30년을 살다가 토공에서 땅을 분양받아 96년 6월에 입주했다. 장항동 정발산 옆에 사는데 부모님께서 산보도 하실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이다. 교통체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주거환경은 좋은 편이다. 고양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명력있는 산업을 육성해야한다. ‘살고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고양시 발전의 모토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고양시는 SBS, MBC방송국과 이곳에 살고 있는 문화인들을 활용한 영상산업 등을 고민하면 좋을 것이다. 그린벨트가 풀리면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좋겠다. 사람이 함께 살면서 훼손을 줄이는 개발이 자연친화적 개발이다.
김범수
처음 고양시를 도농 복합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는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살리자는 취지였는데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개념이 됐다. 다들 자연친화적 개발이란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자 지역의 문제가 되면 개발에 동의하게된다. 풍동, 출판단지 등 지역의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단체장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원정호
주변에 자족시설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백석동을 선택했다. 일터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작 식당밖에는 자리가 없다. 이사올때의 약속과 너무 달라졌다. 러브호텔에 동양 최대 나이트클럽만 있다. 백석동 주민들은 처음 소각장 때문에 아픔을 겪으면서 피해의식도 많이 갖고 있다. 목동의 경우 소각장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난방비 혜택을 받고 있는데 우린 그런 것도 없다. 지금 출판단지 문제에 대해서도 예민한 건 그런 피해의식 때문이다.
매년 꽃박람회와 전시회를 여는데 반짝하는 꽃의 도시가 아니라 사계절 꽃의 도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매번 1년초를 심기보다 계획을 갖고 벚꽃길, 진달래길 등을 조성하면 예산도 오히려 줄일 수 있고 개성있는 길도 만들 수 있지 않나. 또 아이들에게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혜수
도시가 살기 위해 역사가 중요하다. 지금의 어린 아기들은 여기가 고향이다. 역사적 문화적 유물을 발굴하고 키워나가면서 역사가 살아있음을 알게 해야한다. 일산만의 독특한 생태, 문화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초가집에 살면 어떤가. 일산이란 도시가 내 고향이란 느낌이 들게 하자. 주택문제보다 문화 생태적 문제가 더 중요하다.
김수경
그런 의미에서 풍동을 자랑하고 싶다. 이곳에 산지 15년됐다. 고봉산 다음으로 높은 산인 메봉산이 이곳에 있다. 산딸기를 따고 밤을 주우러 다녔다. 애니골 뒤의 산책로도 너무 좋다. 아파트 문을 열고 신도시를 바라보면 기찻길과 절대농지의 누런 벼가 보여 절대 그곳의 아파트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택지개발을 위한 풍동 미니신도시 계획이 발표돼 15일부터 보상이 시작된다. 반대 의견을 위해 풍동 숲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도 너무 좋아 감탄했다.

제도 이전에 주민을 파트너로 인정해야
사회자
다들 고양시의 계속적인 택지개발과 도시계획 방향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역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도시계획법상 주민제안제도 같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김갑성
현행 도시계획법에는 주민제안제도가 있다. 취지는 원래 도시계획 수립에 주민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나 비용을 주민들이 부담하도록 돼있어 실제 활용은 어렵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일부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가 잘돼있어도 결국 의식의 문제가 있다. 지금 추진되는 택지개발 지역모두 공람 공청회를 거쳐 주민들의 동의 사인을 받았을 것이다. 무관심한게 당연하지만 그렇게 하면 해결이 안된다 주민들이 나서 ‘우린 성원 싫다. 삼성에게 맡겨라’ 하면서 서명받아오면 지자체에서 그렇게 해야지 어쩌겠나.
이동환
풍동의 경우 30만 미만의 택지개발로 주공이 맡았고 택지개발 촉진법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고봉산 일산2지구의 경우 주공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존의 필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습지보전은 수용할 수 있고 지금도 수정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자체들이 나서야 한다. 고양시의 경우 국회의원만 4명인데 주민들이 정말 반대하고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면 실시설계 이전에는 변경이 가능하다.
김범수
국가와 시민간의 파트너 쉽이 필요하다. 3년전 풍동의 개발계획이 발표됐을 때 김지하씨에게 얘기를 듣고 나서게 됐다. 성원아파트 앞에 열악한 주거지역이 있는데 주공이 그곳의 환경개선은 제쳐두고 풍동 숲개발에 앞장섰다. 그런데 해당 지역주민들은 ‘왜 개발에 반대하느냐’며 나서 논의가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싸움이 됐다. 해당 주민들은 당연히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하느냐에 관심이 있다. 주공의 사업접근 방식이 너무 구시대적이다. 시작단계에서 주민들과 함께 논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개발이 부동산 개념과 연결돼있어 실제상항에서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고혜수
고봉산에 한번 올라가보자. 고양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복음병원 맞은편에 25층 대림아파트가 숨통을 막는다. 그런데 일산2지구 개발이라니. 일산2지구는 개발자체를 반대한다. 솔직히 요즘엔 그것이 가능한지를 주민들이 물어본다.
김갑성
실시설계전 주민의견을 다시 듣게 된다. 그때 이의신청을 해라. 도시계획심의위 심의시 주민반대가 있다면 대부분 교수들인 심의위원회에서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이 얼마나 강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고양시에 ‘여백을 남겨놓자’
사회자
풍동지구의 경우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낙후 주거지역은 개발하고 숲은 남기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결국 고양시를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나.
김범수
어디는 개발되고 어디는 아닌가는 고양시민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한다. 원당, 풍동의 낙후된 주거지는 개발이 필요한데 비용이 많이 든다. 고양시가 나서야하는 일이다. 그런데 주공이나 민간업자가 나서면서 택지개발은 이윤을 많이 남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회자
고양시 지구단위 계획변경이 추진되고 있지 않나.
김범수
미매각 상업용지의 주거환경화가 핵심이다.
김갑성
도시계획용도는 반드시 따라야하는 건 아니고 불허용도를 정하고 지킬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정도다. 평지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이동환
그렇지 않다. 주거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용도변경 차원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이뤄지면 문제가 심각하다.
원종호
오피스텔이 마구 들어서고 있는데 이러다가 우리 남편들 출근시간이 더 빨라져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계획도시인데 처음대로 해야지 자꾸 바뀌는 걸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김범수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는 백석동 출판단지의 경우 제2의 업무용지다. 완벽한 아파트 단지인 주상복합 건물이 학교까지 지어서 들어온다. 너무 서두르고 있다. 고양시에 ‘여백의 미래’를 남겨 놓아야하지 않나.

법개정까지 ‘개발 멈춰라’
사회자
각자 고양시에서 요구하고 싶은 바와 바람을 얘기해보자.
이동환
일산은 주거의 질, 환경을 높이기 이해 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내가 백석동에 산다면 그 자리에 공원을 유치하고 싶다. 물론 욕심이지만 그런 개념으로 끌려가면 안된다. 고양시는 될 수 있으면 인구를 쫓아보내야 한다. 층수가 높으면 주거의 질이 낮아진다. 주택은 못 짓게 하고 공원 공공시설을 유치해야 주거환경이 좋아진다. 영국 밀턴 케인즈의 경우 직장과 주거가 공존한다. 88%의 주민들이 지역에서 일한다. 그렇데 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일산은 이제 10년됐는데 10년만에 인구 한도를 초과했다. 인구를 늘리면 발전한다는 개념에서 떠나자.
고혜수
시행자가 단순히 세수와 인구를 늘리는 것을 발전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에 주민들이 이용당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보에 닫혀있으니 당연하다.
김수경
녹지공간은 제발 보존하자. 주민의견 귀담아 들어야한다. 개명산은 하루만에 반대 주민 서명을 2천여명이 했다. 도대체 골프장을 왜 산에다 짓나.
김갑성
택지개발촉진법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출해 조만간 없어질 것이다. 2003년부터 준농림지역은 3개로 분리해 용적률 100%이하가 된다. 지금 일산2지구나 풍동 개발 같은 개발을 막을 수 있게된다. 소급력은 없지만 이미 관련 법이 입법 예고된 상태에서 개발을 추진해선 안된다. 법이 바뀐 이후로 개발을 미루자고 요구해라.
<정리=박대준 김진이 기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