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수 / 전 고양시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후보자토론 의무화 도입하자


지방정치는 다양성과 상상력의 실험장이다. 지역의 다양한 정치그룹들과 지역특색을 살린 각양각색의 정책들이 싹트는 민주주의의 농장이다. 그러기에 지방선거제도는 참여공간이 넓어야 하고, 중앙정당의 개입이나 인센티브 없이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과정이 결과로 나타나는 정치, 결과가 다음 과정을 더욱 풍부하고 진지하게 만드는 생산적인 정치는 결국 선거제도에 달려있다. 따라서 지방선거제도는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베푼 시혜적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율적인 정치구조가 되도록 보다 열려진 관점에서 논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역정치의 다양한 세력분포를 기존 양당구조로 단순화됐다. 또한 중앙정치의 퇴행적 변수들이 개입되고, 지방선거가 대통령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갖는 그야말로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치러지면서 지역의 현안이나 정책 및 공약이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중선거구제가 도입되어 선거구역과 선거비용도 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4대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다보니 집으로 배달되는 공보물만 20장이 넘는다. 그러잖아도 정치무관심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뒤죽박죽 뭉텅이로 배달되는 그 많은 공보물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후보와 공약을 평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선거가 너무 복잡하다고 토로한다. 공보물에 도지사부터 기초의원까지 간단하게 소개한 한 장짜리 안내문만 있었어도 달랐을 것이다. 무관심과 무성의한 선거제도, 그리고 중앙정당들의 패권정치 앞에 풀뿌리 생활정치는 설 곳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방선거제도를 개혁할 것인가? 우선 중앙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기호를 배정하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중앙정당의 정강정책이 구현되는 곳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대안적 풀뿌리 정책들이 싹트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거구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처럼 양당구도가 정착된 상황에서 2인 선거구제는 선거구역만 넓혀놓고 결국은 양당의 독식구조만 고착화할 뿐이다. 선거 시기도 분리해야 한다.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을 묶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묶어 선거 시기를 분리하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수십장이 넘는 홍보물을 가지고 후보와 정책을 판단하기란 여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후보자 및 정책 검증을 위한 토론회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공론의 과정이 빠진 민주주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합동연설회도 없어졌으니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과정이 전혀 없는 셈이다. 개인 연설이야 자기 홍보에 불과한 읍소 수준이다.

갈수록 정치무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보물 하나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던져주기식 후보검증은 민주주의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 따라서 동네의 공원이나 광장에서 후보자들끼리 수차례의 공개토론을 의무적으로 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정책선거로 가는 방법이며, 유권자들에게 보다 많은 판단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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