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조 / 전 고양문화원 이사

고양의 새로운 문화컨셉 '왕들의 낙원'을 제안하며

여름의 폭염 속에서도 문화는 중단 없이 이어진다. 특히 유서 깊은 세계의 고도에서는 음악 페스티벌의 열기로 더욱 달아오르고 있고 또한 테마여행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축제’, 독일 스위스 국경지대의 떠있는 무대로 불리는 ‘보덴 호숫가의 여름밤 축제’, 로마의 유적지 아레나에서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 그리고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의 ‘루체른 페스티벌’ 등 세계 각국의 유서깊은 도시들에서는 자신의 고유의 역사를 부각시키면서 치루는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고무되어 많은 문화 선진국들은 ‘문화 빌게이츠’를 육성하려 한다.

우리 고양에서도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양의 신비한 문화가 배어 있는 문화축제를 준비하면 어떨까. 필자는 ‘고양은 왕들의 낙원’이라는 컨셉을 제안해 본다. 이 컨셉의 근거로는 첫째, 조선시대의 사료들을 살펴보면 왕의 공적인 국사는 서울의 근정전을 중심으로 이뤄져왔지만 이들이 영원히 잠들고 있는 곳은 고양이고 비록 근세에 모여졌지만 이들의 탄생의 신비를 담은 태실이 이곳에 있다.

둘째, 삼국시대부터 특히 고려 초에 왕들이 즐겨 나들이를 해오던 곳이라는 의미로 ‘행행(行幸)’에서 유래되었다고 보이는 행주가 이곳에 있다. 셋째, “고양은 왕족들의 무도수련과 수렵장으로 활용되었다”라는 태종실록(권24,28)과 세종실록(세종30) 등 다양의 사록에서 보면 왕들이 골치 아픈 일상을 벗어나 고양에서 쉬어가곤 했다는 점이다.

특히 언관과 사관의 역할이 컸던 조선조에 들어와서 왕들의 도피성 나들이는 심해진다. 언관의 구실은 감찰이었다.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으로 구성된 언관들은 공공행사에 귀찮을 정도로 왕을 따라다녔다. 국왕은 언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했고, 그들의 조언이나 간청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와 같이 왕권을 제약하는 신권의 존재가 500여년이나 지속되어 오면서 그들을 떼어 놓는 왕들의 도피처는 능이 많고 사냥터가 있는 고양이었다. 그래서 고양은 왕들의 낙원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고양에서는 ‘왕들의 능행차’, ‘왕들의 놀이문화’ 등 과거 고양에서 있었던 왕들의 나들이에 대한 사료를 수집하고 재구성해서 행주문화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이벤트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행주나루 역사마을’과 ‘왕들의 탄생신화-태실’과 ‘왕들의 저승문화-서삼릉 서오릉 공양왕릉’ 등이 연계된 ‘왕들의 낙원’을 주제로 하는 일련의 문화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으면 고양은 세계적 브랜드를 가지는 국제적 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사료를 수집해 정리하여 지금에 알맞게 재구성하는 책자의 발간이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가칭 ‘고양은 왕들의 낙원’이라는 책을 먼저 한글로 발행하고 향후 외국어로 번역해 외국인들에게 고양이 킨텍스로 대표되는 현대도시일 뿐만 아니라 유서깊은 역사도시임을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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