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 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지난 24일에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에서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만든 김경형 감독을 초청해 ‘한미FTA 저지 강연회’를 가졌다.

나는 늦게 도착한 탓으로 내용 전체를 들을 수는 없었는데 강연 후반부에 김경형 감독의 ‘억측과 추리’라는 내용이 기억에 크게 남았다.
김경형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서 몇가지 억측을 제시했다. 첫번째가 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그런다는 것이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두번째가 한미FTA와 양극화 해소라는 치적 달성에 조급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모순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그럴듯하지 않다. 세번째가 그의 정치 스타일이 그래왔던 것처럼 반대자들을 만들어서 끌고 가다가 막판에 뒤집으려고 그렇다는 것이다.
참으로 별 이야기다 다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주장은 검증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억측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김경형 감독이 제시한 것은 추리였다. 그의 추리에 따르면 검은 머리에 한국말을 잘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미국 재경부 관리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재경부 마피아 때문이라고 한다. 즉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 관료들과 미국, 그리고 수구보수언론들, 그리고 치적달성에 조바심을 가진 노 대통령과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것도 억측과 별로 다르지 않은 추리일 뿐이다.

왜 대화와 참여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억측과 추리가 난무하는 것일까?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서 결정해야 할 국가의 중요한 문제들이 이런 억측과 추리 속에서 회자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왜 그런가? 정부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대화하기보다는 가르치려고 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참여정부는 한미FTA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정당성을 설파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뜻을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결정에 대한 후과는 정권에게는 짧지만 국민들의 고통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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