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소년…단학부모 협의회 좌초

올해 초 결성된 고양시 환경청소년단의 파행적 운영을 우려해 각 초등학교 환경청소년단 학부모 대표들이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책을 논의하려 했지만 내부갈등으로 와해되는 일이 발생했다.

올 여름부터 조금씩 불거진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프로그램 부재. 학부모들은 고양시에서만 2천여명의 회원을 둔 거대한 단체가 각 학교에 실질적인 지원을 등안시한 채 법인화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개별적으로 환경청소년본부(이하 본부)를 방문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말다툼만 하고 왔다는 것.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 학교 학부모 대표는 학부모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0월 #일 일산구청에서 학부모 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모임을 갖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본부측을 지지하는 학부모들과의 다툼으로 협의회 구성은 시작도 하기 전에 와해됐다.
한편 환경청소년단(본부장 박용세)의 부실한 운영에 대해 각 학교 교사·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은데도 본부측에서는 단체의 법인화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시 환경청소년단은 교육청의 특색사업으로 시작해 지난 해 11월 본부가 결성되고 학교별로 담당교사와 아이들을 모집해 활동에 들어갔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행사나 프로그램이 없어 학무모들의 불만을 사왔다.

가장 큰 불만은 프로그램 부재. B초등학교의 학부모 임 모씨는 “시행 초기여서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J초교의 학부모 유 모씨도 “변변한 프로그램이 없어 아이들은 학교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활동을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일부 학부모들은 내년에는 아예 환경청소년단이 해체될 것이라고 말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학교에서 직접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어려움을 더욱 크다. 본부측의 지원이 전혀 없어 의욕이 있는 교사들은 스스로 환경운동연합이나 녹색연합 등 관련단체와 협조해 자료를 얻거나 이들 단체의 행사에 아이들을 참여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환경청소년단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열병합발전소와 안산해양연구소 방문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온 황룡초의 전민 교사는 “본부는 물론 교육청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어 가장 난감했다”며 “사업내용이나 교육강사, 각 학교 환경청소년단과 연결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부터 본부와 마찰을 빚어 온 전교조 고양지부(지부장 최창의)는 환경청소년단에 대해 각 학교별 자율적인 운영을 요구했다. 그리고 교육청의 행정과 예산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단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교조 정진강 씨(초등담당)에 따르면 그동안 각 학교에서는 환경부문에 대해 선택적·자생적으로 모임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그러나 교육청의 특색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단체를 지원하고 환경청소년단을 만드는 통에 이런 모임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측은 대안으로 시민단체의 참여를 통한 운영정상화를 제안했다.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자문단을 구성하고 교육청은 행정과 예산지원을, 학부모회에는 예산편성과 집행권한, 프로그램은 자문단의 조언을 얻어 각 학교가 계획을 세워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환경청소년본부는 지난 1년간의 활동성과를 토대로 교육청을 통해 교육부와 환경부에 사단법인 승인서류를 제출하고 올해 안까지는 사단법인화 한다는 계획이다.

본부의 박용세 씨는 “지금까지는 개인 비용으로 사업을 진행하느라 어려움이 컸다”며 “법인 승인이 나면 프로그램 집행과 예산운용 등 사업 진행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본부가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교육청의 제재로 변변한 사업하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본부측 해명대로라면 행사마다 드는 비용을 본부가 학부모들에게 갹출하려 하다보니 교육청이 반대하고 나선 것. 교육청은 이에 대해 “임의단체(본부)와 학교가 연계된 사업은 반대”라는 입장이다. 환경청소년단은 교육청의 특색사업이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야지 본부와는 관계없다며 공식적 관계를 부인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