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동 가구공단 대형화재 스케치

“화재발생 화재발생. 덕이동 가구공단 화재발생. 전 대원 출동!”
지난 2일 오후 5시 40분경 고양시 모든 소방서(파출소)에는 출동을 알리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싸리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날 발생한 화재는 원당에서도 연기기둥을 확연히 볼 수 있는 대형 화재. 비상대기를 위한 신도 파출소 차량을 제외한 고양시 모든 화재진압차량(28대)이 출동한 것도 모자라 인근 파주, 의정부, 김포는 물론 멀리 부천 소방서에서도 지원을 나설 정도.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언제 화재가 인근으로 확대될지 모르는 다급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도로가에 주차된 차들로 진입에 애를 먹어야 했다. 급한 김에 대원들은 소방호스를 길게 연결해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인근 가구점의 종업원들은 가구를 밖으로 옮기느라 방해가 됐지만 말릴 수도 없는 일이다.

올해 초 소방서의 지적으로 바로 옆에 지상식 소화전을 설치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재빠르게 소화전을 점령해 급수 공급에는 지장을 받지 않았다.

서둘러 고양서방서 이일섭 서장을 중심으로 지휘본부가 꾸려지고 대원들은 우선 인근 가구점으로 화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씩 구경꾼이 몰려들고, 방송국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취재에 나섰다. 진화작업에 정신없는 대원들은 일반인들을 제지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 구경중에 가장 볼만한 구경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불은 화재가 난 업소만을 태우고 1시간반만인 오후 7시에 가까스로 진화됐다. 소방서 추정 재산피해액만도 5천여만원.

한 소방대원에 따르면 올해 처음 있는 대형화재라고 한다. 뒤늦게 알려진 화재원인은 철거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실수로 용접불꽃이 튀며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나깨나 불조심해야 할 계절이다
.
한편 젖은 몸으로 추위에 떨며 잔불정리를 하고 있던 대원들에게 8시경 고양시 여성의용소방대(대장 이화순)의 대원 10여명이 찾아와 빵과 컵라면을 나눠주기도.

화재현장 내손안에 담아요
인터뷰 - 고양소방서 이인중 반장

이따금 TV 뉴스를 보면 119대원들의 활약상이나 화재현장을 담은 장면들이 방영되곤 한다. 이들 생생한 화면을 담는 역할은 소방서 예방계 몫이다.

고양소방서의 이인중씨도 방화복을 착용하고 나서지만 손에는 진압장비 대신 8미리 카메라를 들고 있다. 6시에 퇴근길에 나서지만 차 뒷자석에는 항상 카메라가방과 방화복이 있다. 언제 연락을 받고 출동해야 할지 모르는 비상대기조인 셈. 경상도 문경이 고향인 이인중(32·백석동)씨는 소방학과를 졸업하고 96년부터 고양소방서 예방계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7월 29일 수해당시 119구조대원들의 곡릉천 낚시꾼 구출작업을 생생히 담아내 방송에 화면이 고스란히 나간 적도 있다고 자랑.

이 반장은 자신의 직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촬영장비가 안에까지 들어갈 수 없어 대원들의 고생하는 장면을 담을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원들은 다들 고생하는데 자신만 불구경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반장이 촬영한 장면은 화재예방을 위한 홍보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화재원인 조사와 증거자료로도 쓰인다. 나름대로 중요한 직책이다.

한편 이반장은 요즘 가장 힘든 것이 얼마 전 태어난 첫째 아들이 새벽에 보채느라 잠을 못자는 것이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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