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 전 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

꼭 1년 전 나는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고양신문에 ‘제1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 글을 쓸 때는 집행위원장이 장미희 교수로 바뀔 것임을 몰랐던 터라 혹 ‘앞으로 2회부터는 어찌어찌 하겠다’면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식의 뻥(?)은 안쳤나 싶어서 고양신문 사이트로 들어가 글을 훔쳐보았다. 사이트에 들어갈 때 내심 ‘뻥을 좀 쳐 놓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 뻥은 없었다.

이런 엉뚱한 마음을 품은 것은 제2회 어린이영화제가 분명 1회보다 훨씬 근사한 영화제가 될 조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은근한 자신감이자 기대감이다. 뻥을 좀 쳤더라도 이번 영화제는 그 뻥에 걸맞은 영화제가 될 성 싶다는 얘기다. 

사실 나는 장미희 위원장에게 업무를 인계할 때 제2회 영화제가 근사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장위원장은 ‘준비된 집행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집행위원장이 정지영에서 장미희로 바뀐 것이 영화제를 위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내 생각이 옳았음을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첫째, ‘장애 어린이를 위한 오감극장’은 세계 어느 영화제에서도 시도해보지 못한 최초의 도전적 프로그램이다. ‘보이지 않아도 영상이 떠오르고, 들리지 않아도 느껴지는’ 영화와 장애 어린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시도. 영화 감상 후에 체험하게 될 ‘감감-놀이 체험’전은 장애어린이들이 시청각 문제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의 재미를 새롭게 찾아가는 신선한 기획이다.

둘째, 신설된 ‘마스터 클래스’도 기다려진다.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작가 게일 토마스를 초청, 작품을 감상한 후 작가가 직접 제작 과정 및 작업 방법을 시연하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진단다.

셋째, 순회상영 프로그램은 정말 감동적인 기획이다. 영화제가 끝나고 난 후 정리할 틈도 없이 바로 스탭들은 프린트를 들고 경기도 양주 동두천 포천 가평 연천을 9월 말까지 순회한다. 어느 국제 영화제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러한 기획은 문화 소외지역의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다.

넷째, 1회부터 시작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소개하는 ‘고양이 놀이터’. 영화제가 직접 운영한 ‘날개짓 어린이 영상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짧은 영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린이영화제만의 자랑거리다.

그 외에 국제어린이영화제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베를린 킨더필름페스트의 토마스 하일러 집행위원장의 초청, 일본 키드 문화의 선도자 이시노모리 쇼타로 특별전 등을 통해 영화제의 대외적 위상 제고에도 힘을 쓰는 등 1회 때 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다. 장미희 위원장의 도전적 집행력과 스탭들의 밤잠 안자는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다.

이상이 어린이들이 함께 나누는 영상체험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영화야 나와라 노올자~’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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