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은 직장협 홈페이지로 몰려

고양시가 홈페이지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비판적인 여론에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일반인들과 공무원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다른 매체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본보 562호>

11월부터 고양시청과 일산구청의 홈페이지가 실명제로 전환하고 난 후 자유게시판의 경우 하루 10건 가까이 올라오던 글들이 2∼5건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사이버 신문고(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까지 입력하고 글을 등록)에 올라온 민원에 대해서도 실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신에는 엉뚱하게도 3일 후 삭제된다는 내용만 올라와 있다. 지난 5일 올라온 ‘마을입구 산업폐기물처리’와 ‘보안등’문제 등 4건의 민원 회신 내용이 모두 “주소불명과 비실명으로 주소, 성명 등이 분명하지 아니한 글이나 민원성격이 아닌 일반글은 본 게시판의 운영취지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삭제됨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똑같은 답변 뿐이었다.

아직까지 경기넷처럼 회원제로 ‘로그인’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에게는 실명으로 글을 올린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이버신문고나 부조리신고방 같은 경우는 민원처리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주민등록번호까지 요구하는 것은 실명제를 실시하는 다른 지자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네티즌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민원을 담당하는 관공서 홈페이지라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적극적인 이용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사이트 운영자에게 보안문제는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중 하나다. 자체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고양시는 앞으로 회원제로 바뀔 경우를 대비해 이용자들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올해 초 외부업체로부터 보안검사를 받고 미비한 내용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들이 정보를 요구할 경우 정보관리 담당자는 난처할 수 밖에 없다. 현행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외부에 누출할 수 없으며 외부 누출시 누출경위를 조사해 인사상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지만 유출경로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사실상 실명제로 인해 시정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을 원천봉쇄한 셈이다. 특히 비판적인 글들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내부 공무원들도 많이 올려왔는데 실명제가 이들에 대한 사전검열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모 구청에서는 구청을 비판하는 글에 대해 곧바로 삭제하는 한편 IP까지 추적해 글을 올린 공무원까지 조사한 적이 있어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공직사회 내부에 대한 비판이나 고발수단으로 익명이 가능한 다른 홈페이지를 찾는 경향이 늘고 있다. 보통 신문사 홈페이지나 직장협 홈페이지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사례로 부산지역 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는 내부 비리 고발 및 민원해결의 중심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에는 매일같이 인사비리나 행정 부조리에 관련된 글들이 쏟아져 일선 구청장들을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홈페이지가 실명제로 전환된 고양시도 앞으로는 직장협 홈페이지를 통한 부조리 신고와 내부 비리고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양시청 직장협 홈페이지는 goyang.or.kr, ▷일산구청 직장협 홈페이지는 ilsangu.org ▷덕양구 직장협 홈페이지는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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